한나라당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일부 의원의 탈당설이 나돌고 당 해체론까지 나온다. 지도부 총사퇴와 재창당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최구식 의원 수행비서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분산서비스거부) 공격 파문이 확산되자 “당 간판을 내려야 할 상황”이라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홍준표 대표의 디도스 사태 대처 방식을 놓고 최고위원들 사이에선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이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자신들의 거취에 대한 고민도 토로한다.

유승민 최고위원은 “당이 이대로 가면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다”며 “백지 상태에서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6일 밝혔다. 남경필 최고위원도 “(홍 대표의) 현실 인식과 풀어가는 방법에 대해 우려하고 있고, 여러 가능성을 열어 놓고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지도부 총사퇴론을 제기한 원희룡 최고위원은 한 발 나아가 “지도부 사퇴로는 늦었고, 당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사퇴를 결심하면 최고위원 5명 중 3명이 물러나게 돼 지도체제가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다. ‘부자 정당’ 이미지에 디도스 공격 악재까지 겹친 만큼 기존의 이미지를 벗어던지기 위한 ‘재창당론’이 힘을 받고 있다.

원 최고위원을 포함, 수도권 출신이 주축이 된 의원 10명은 이날 오전 회동을 갖고 한나라당이 해산 및 모든 기득권을 포기한 재창당까지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당 지도부에 오는 9일 정기국회 종료 직후 구체적인 재창당 계획을 제시할 것을 촉구했다. 계획이 미진할 경우 단체 행동에 나서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모임에는 ‘잠룡’ 김문수 경기지사의 최측근 차명진 의원, 정몽준 전 대표와 가까운 전여옥 안효대 의원, 권택기 나성린 의원 등 친이(친이명박)계 의원들이 포함돼 홍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권파와의 정면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당내 주류를 형성한 친박(친박근혜)계의 입장이다.

이 같은 논란 속에 홍 대표는 정당대표 라디오 연설에서 “당 지도부가 쇄신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조율하고 있다”며 “재창당 수준의 새로운 당으로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디도스 파문에 대해서도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 처리되도록 기대한다”며 정면돌파 의사를 피력했다. 한편 디도스 공격을 주도한 최 의원 비서와 공격 전날 술자리를 같이한 박희태 국회의장의 행사의전비서 K씨는 5일 사표를 제출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