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개인의 당이냐"..손학규 "민주당 폄하말자"

민주당이 야권 대통합과 10ㆍ26 재보궐선거 전략을 놓고 심각한 내홍에 빠졌다.

주요 의사결정기구인 최고위원회의가 당의 전략을 가다듬고 지도부 간 공감대를 넓히는 장이 아니라 이견이 여과없이 노출되는 세력 간 갈등과 힘겨루기의 진원지로 전락하고 있다.

5일 오전 개최된 최고위원회의도 예외는 아니었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천정배 최고위원이 손학규 대표에게 "대선에 대한 언급을 하지 말라"고 요구한 것이 발단이었다.

그는 손 대표가 지난주 "출마 당사자로서 시장선거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데 대해 "그렇다면 송충이는 솔잎을 먹지 않아야 한다고 생물도감 내용을 바꿔야 하느냐"며 이같이 받아친 것.
손 대표는 "최고위원회는 정견 경연장이 아니다"라고 반박하며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했지만 회의장 밖에서도 들릴 정도로 갈등은 증폭됐다.

한 당직자가 "최고위원은 방관자나 평론가가 아니라 공동책임을 지는 자리다.

생각을 좀 해보고 책임있는 얘기를 했으면 좋겠다"며 일부 최고위원들의 공개 발언 자제를 요청하자 당사자들이 크게 반발했다.

천 최고위원의 서울시장 경선을 돕고 있는 정동영 최고위원은 "최고위원에게 어떻게 훈계하는 식으로 말할 수 있느냐"고 따졌고, 정장선 사무총장이 유감의 뜻을 표시하자 손 대표는 "죄송은 뭐가 죄송이냐"고 발끈했다.

정 최고위원도 지지 않고 "당 대표가 자꾸 통합경선, 통합 후보를 얘기하는데 그동안 실제로 한 일이 뭐냐"며 "주민투표가 끝난지 15일이 지났는데 그동안 진전된 논의가 없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또 "최고위원회의 때 정보를 공유하면서 같이 논의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요구하면서 "지금처럼 된다면 당을 사당화시키는 것이다.

민주당이 손학규 개인의 당이냐"고 몰아붙였다.

손 대표는 "민주진영에서 단일후보 또는 통합후보를 내는 것은 민주당과 내게 주어진 시대적 숙명"이라며 "당내 경선 일정과 방법 등을 공심위에서 실기하지 말고 절차를 충실히 이행해달라"고 당부했다.

경선 예정일인 25일 장소가 여의치 않다는 보고에는 "주말에 한정하지 말고 평일을 포함시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손 대표는 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영입에 실패했다는 지적에 대해 "이 단계에서 실패라고 단언할 일은 아니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고 단일후보를 만드는 적극적인 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어떤 가능성도 차단하지 말고 스스로 민주당을 폄하하지도 말자"며 "스스로 존중하고 격려해줘야 국민의 시선도 따뜻해진다"며 최고위원들의 자중을 당부한 뒤 자리를 떴다.

(서울연합뉴스) 강영두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k02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