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문가들 "뉴욕 대화, 의미는 있는데.." 신중론 대세
"美.北 모두 대화 필요성 느껴..北 비핵화 실천이 관건"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이번 주말 예정된 북.미 공식대화에 대해 한반도 상황의 추가 악화를 막는 북미간 직접 대화 재개라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만, 그 자체가 6자회담 재개로 이어지는 돌파구라는 성급한 전망은 삼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직 비핵화 이행을 위한 북한의 가시적인 약속이나 실천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화 국면으로의 급반전이 이뤄질 것으로 보는 것은 시기상조이며, 이번 뉴욕 북미대화에서 북한의 태도와 북미간 줄다리기를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이다.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실장은 2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미대화 성사 배경에 대해 "미국은 북한의 추가도발을 막기 위한 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으며, 어느 누구도 남북간 충돌로 이어지는 상황악화를 원치 않고 있다"고 말했다.

빅터 차는 더욱이 북한 역시 대화를 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강경한 태도를 계속 견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은 미국과의 공식대화를 줄곧 원해왔고 결국 이번에 그 대화를 갖게 된다"며 "문제는 이번 미북대화가 6자회담에 앞선 몇가지 비핵화 조치를 양자간에 `사전 협상'을 하는 장이 될 것인지 여부"라고 내다봤다.

빅터 차는 "미국은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하도록 중국에 많은 압력을 가해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처드 부시 브루킹스 연구소 동북아센터 소장은 "접촉(contacts) 또는 대화(communications)와 협상(negotiations)의 개념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당국간의 `트랙 1' 접촉이나 민간차원의 '트랙 2' 접촉 모두 상대방이 변했는지를 알아보는데 유용하지만, 그것이 어떤 양보를 수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부시 소장은 "양자 접촉이 협상으로 진전될 수도 있지만, 꼭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번 북미대화가 협상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부시 소장은 그러면서 "한국과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한다고 해서 그것이 우리가 갖고 있던 원칙적 태도를 포기하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미국의 대북원칙이 변화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방미에 대해 "트랙 1 차원의 접촉이 이뤄질 것이며, 개인적으로 미국이 북측으로부터 새로운 내용을 들을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지만, 북미대화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소장은 "현재까지 핵무기 프로그램이나 기존 도발에 대한 북한의 입장이 변화했다는 징후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대화에서 6자회담 재개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어렵다고 판단한다"고 내다봤다.

앨런 롬버그 스팀슨센터 연구원은 "클린턴 장관이 이번 미북대화를 '탐색적'(exploratory) 대화라고 표현한 점을 중시해야 한다"며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 이행에 얼마나 진지한지 판단하기를 원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섣부른 판단을 경계하고 이번 대화를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롬버그 연구원은 발리 남북대화후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남북 양자관계는 천안함.연평도에 대한 북한의 입장표명이 있어야 풀릴 수 있다"고 언급한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아직까지 6자회담 재개를 향한 조건이 성숙한 것 같지는 않다"는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롬버그 연구원은 "남북대화나 북미대화 재개 등 모든 과정은 비핵화 협상으로의 문을 열고, 한반도 긴장을 완화한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진전의 정도를 과도하게 해석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 여부와 관련, "`전략적 인내' 정책도 대화를 향한 문을 항상 열어두고 있다"며 "문제는 무슨 조건으로 무엇을 논의하는 대화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롬버그 연구원은 "이번 뉴욕에서의 '탐색적' 북미대화는 그것을 판단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이클 그린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일본 실장은 "미 행정부가 인도네시아 발리의 남북 외교장관 접촉을 '남북대화'로 간주했기 때문에 미-북 대화를 재개할 수 있다고 느낀 것으로 판단된다"며 "그러나 행정부의 목표가 북한의 추가도발을 피하고, 환경을 개선하는 노력을 넘어 그 이상을 향해 있는지는 그리 분명치 않다"고 말했다.

이번 북미대화가 한반도 상황악화를 방지하는 외교적 이벤트를 넘어 미국 대북정책의 전략적 변화까지 내포하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 담겨 있는 진단이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은 "발리 남북대화나 내주 뉴욕의 북미대화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지만 이를 6자회담 재개의 돌파구로 보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분석했다.

지난 6월 정상회담을 위한 남북비밀접촉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며 `앞으로 이명박 정부와 더 이상 상대하지 않을 것'이라며 마치 `남북대화 종료'를 선언하는 듯하던 북한이 돌연 남북대화에 나선 점을 지적하며 클링너 연구원은 "북한의 변화는 드라마틱하지만, 미국과 한국은 북한의 비핵화 이행 의지에 대해서 여전히 회의적인 태도"라고 강조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이번 북미 양자대화의 성공 여부는 북한이 얼마나 전향적으로 나오느냐, 미국과 한국이 협상재개로 이어질 수 있는 진전의 정도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그러나 6자회담이 가까운 시일내 재개될 것으로 보는 것은 이르다"고 설명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오바마 행정부나 이명박 정부 모두 북한이 의미있는 방식으로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가시적 약속을 받아낼 필요가 있다"며 6자회담 재개의 사전적 조치로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관 복귀, 핵 시설 폐기 착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정보 공개 등을 둘러싸고 북미간 줄다리기가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성기홍 특파원 sg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