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총선·대선 꼼수 땐 심판계속…특권 구조 없애고 正道 걸어야
[시론] 민주당은 봄꽃 향기에 취하지 말아야

선거는 진정 민주주의의 꽃이다. 여당과 야당,당선자와 낙선자의 입장에서 보면 4 · 27 재 · 보궐선거는 그 결과에 따라 달콤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겠지만 유권자 입장에서 보면 민심을 보여주는 절호의 기회였다. 한껏 목소리를 높여도 듣지 않고,큰 몸짓으로 요구해도 보려하지 않았던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에 대한 민심의 심판이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지금이라도 국민의 목소리와 몸짓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게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4 · 27 재 · 보궐선거 패배가 공천과 선거운동 등 단순한 선거 전략의 실책이 아니라 국정 전반에 대한 민심의 이반임을 직시해야 한다.

민생불안이 그 주된 원인이다. 전셋값 폭등과 장바구니 물가의 상승으로 서민경제가 위축되는 마당에,청년실업의 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저녁 식탁에 웃음이 사라지고 있다. 중산층의 보루이자 한나라당의 텃밭인 분당마저 등을 돌린 것은 동반성장 압력 등 반기업 정서에 기댄 포퓰리즘으로는 민심을 못 얻는다는 점을 웅변한다.

중산층 붕괴의 어두운 그림자가 덮쳐오건만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펴고 있다는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경제가 살아야 서민 어깨가 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기업은 나라경제의 골간인데 기업가 정신을 살리기보다 시장에 개입하고 이끌려드는 모습은 불안하게만 비쳐진다.

최근 불거진 부산저축은행 등 7개 저축은행의 특혜인출을 바라보는 다수 고객의 마음을 헤아려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특혜인출의 고객들 다수가 차명계좌를 개설해 돈을 분산 입금한 이들이라니 금융감독원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묻고 싶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부터다. 민생의 어려움과 민심 이반이 재 · 보궐선거의 결과로 나타났다면 여야 정치권은 공히 이 상황을 타개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이참에 국정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민생경제뿐 아니라 안보,복지,환경,교육 등 중산층과 서민이 무엇을 절실하게 원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선거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내년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에 유리하게 이용하려는 꼼수에 집착한다면 제2,제3의 국민 심판이 계속될 것이다.

한나라당은 선거패배의 쇼크에서 벗어나 집권여당으로서의 기능을 정상화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당 지도부의 쇄신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국정운영을 원활히 하기 위한 시스템을 작동해야 한다. 청와대,행정부,국회,자치단체,시민사회와의 소통과 협력 시스템을 복원해야 한다. 총선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시스템 정비를 논하는 게 한가로워 보일 수 있으나 그것이 정도(正道)다. 조급한 마음에 총선전략과 대선구도 속으로 매몰되는 순간 힘은 흩어지고,국정은 산만해진다.

야권 역시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봄꽃의 향기에 도취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재 · 보궐선거의 결과는 민주당이 그동안 잘해왔다는 긍정적 평가라기보다는 이명박 정부가 잘못하고 있다는 평가의 반사이익에 다름 아니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물론 기대감이 함께하고 있다. 민생을 제대로 살펴달라는 기대감이다. 손학규 대표가 분당에서 승리한 것은 분당을 넘어서 전국 중산층의 기대감이 표출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 국정운영의 시시비비를 가려 투쟁과 협력의 적정한 조율을 해달라는 기대감을 민주당과 손학규 대표가 어떻게 충족시켜 줄지 지켜볼 일이다.

민노당이 전남 순천과 울산 동구에 새 둥지를 틀었다. 진보정치세력이 국회와 지방정치 영역에서 보여주고 있는 정치행태에 대해 국민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 유권자들의 뜻에 부응해야 한다. 새봄의 꽃은 우리 모두의 것이다. 당선자 낙선자,여당과 야당 모두 우리의 공동체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 새봄의 꽃을 즐길 충분한 자격이 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니까.

이정희 < 한국외대 정치학 교수 >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