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는 재외국민위원회, 민주는 세계한인민주회의 가동

여야 각 정당이 재외국민 표심을 선점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재외국민이 229만5천명(2010년 중앙선관위 추정)에 달하는 만큼 재외국민 표심은 선거 구도 및 판세를 뒤흔들 주요 변수로 꼽힌다.

지난 15대(1997년), 16대(2002년) 대선 당시 1,2위의 표차가 각각 39만표, 57만표였다는 점은 재외국민 투표율이 20∼30%에 머물더라도 대선 판세가 뒤집힐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재외국민의 표심이 대체로 보수 성향이지만, 적극 투표층을 놓고 볼 때 보수층의 수적 우위를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는 만큼 여야의 재외선거 경쟁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따라서 각 정당은 재외선거 관련 조직을 꾸리는 것을 시작으로 정책 홍보활동 강화, 재외교민과의 네트워크 구축, 재외국민 정책 개발 등 만반의 채비를 갖추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중앙당 사무처에 재외국민국을 설치한 데 이어 같은 해 10월 당 지도부와 장관 겸직 위원을 제외한 사실상 소속 의원 전체가 참여하는 재외국민위원회의 가동에 나섰다.

재외국민위원회는 북미, 중남미, 일본, 중국, 아시아, 유럽, 대양주, 중동.아프리카, 여성 등 9개 분과 위원장을 위촉한 상태며, 올 하반기부터 분과별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2009년 1월에는 한나라당 정책을 지지하고 후원하는 미주 한인들의 조직인 `US 한나라포럼'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출범, 각 지역에서 유사한 지지조직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재외국민선거에 대비해 정책자문기구인 세계한인민주회의를 출범했다.

손학규 대표가 의장을, 국회의원 16명과 해외 인사 8명이 부의장을 맡는 등 역시 `매머드급'으로 꾸려졌다.

세계한인민주회의는 재외국민 당원을 모집하는 데 이어 총선에 대비해 해외공관 지역별 자발적 당원모임을 만들고, 대선을 앞두고 국가별 당원협의회를 구성하는 등 체계적 재외동포 조직을 구축할 계획이다.

또한 민주당은 해외에 정당 자문조직을 둘 수 있도록 하는 정당법 개정안도 제출한 상태다.

해외 현지에서의 표밭 다지기도 한창이다.

여야 의원들은 의원외교 활동 중에 틈틈이 현지 교민들과 접촉, 유대를 강화하는 동시에 소속 정당의 정책 홍보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나라당 조진형 재외국민위원장은 지난해 10월 미국에 이어 지난 1월 일본 오사카와 2월 중국 베이징 등을 방문했으며, 오는 4월과 5월 호주와 미국을 찾는 등 교민사회와의 교류를 강화할 방침이다.

김무성 원내대표가 조진형 위원장 등 한나라당 의원단을 이끌고 지난 1월 중국 칭다오에서 열린 KBS 전국노래자랑에 참석한 것도 중국 교민들에게 한나라당을 알리기 위한 것이다.

민주당은 김성곤 세계한인민주회의 수석부의장을 포함해 당내 각 지역 전문가를 총동원, 미국, 중국, 일본에서 개최된 교민 관련 행사에 참석하는 등 올초부터 해외 현지활동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한나라당의 예산안 강행처리에 반발, 장외투쟁을 시작하면서 의원들에게 `해외출장 금지령'을 내렸지만, 재외국민 표심을 잡기 위한 출국에 대해서는 예외를 두기도 했다.

다만 각 정당은 벌써부터 해외 활동을 강화할 경우 선거법 위반 시비를 불러올 수 있고, 교민사회 분열 등 적잖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음을 의식, 현재는 재외국민 정책개발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분위기다.

한나라당은 우선 `몰라서, 교통이 불편해서 투표를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한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재외선거인 등록기간 연장 ▲우편 및 인터넷 등록 ▲추가 투표소 확대 ▲교통편의 제공 의무화 등을 위한 법.제도 정비에 주력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동시에 한국을 방문하는 교민 지도층과 의원들의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재외국민 교육.고용 관련 정책을 개발하고, 재외국민의 권익보호를 위한 입법.청원 지원에 이미 착수한 상태다.

민주당은 그동안 청취한 교민사회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법령.정책.예산 지원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무엇보다 재외국민 선거에 있어 정책 대결을 내세운 민주당은 ▲재해.재난 시 재외국민 보호 문제 ▲이중국적 확대 문제 ▲재외국민 교육강화 문제 등과 관련한 법안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나라당 조진형 재외국민위원장은 "재외국민들이 모처럼 주어진 국민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역점을 기울일 것"이라며 "동시에 재외국민과의 소통을 꾸준히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김성곤 세계한인민주회의 수석부의장은 "재외국민 선거가 우리 동포들의 권익 향상의 계기가 되도록 할 것"이라며 "이번 선거로 동포사회가 분열돼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 강병철 기자 kbeomh@yna.co.krsolec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