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말부터 시작되는 정부 부처의 세종시 이전을 앞두고 관가와 공기업, 국책연구기관 등이 술렁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이직이 쉬운 국책연구기관에서는 벌써부터 인력 이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17일 관련 기관에 따르면 국내 대표 싱크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연구부서장을 지낸 A연구위원은 최근 금융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KDI에서 고용과 산업을 주로 연구해 온 B연구위원도 서울 소재 한 대학으로 옮겨 올봄부터 강의를 진행키로 했다.

KDI 관계자는 "지난해 4명의 연구인력이 빠져나간 데 이어 올 들어서도 3명의 인력이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말했다. 현재 KDI에 근무하는 박사급 인력이 50여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1년여 동안 10% 이상이 빠져나간 것이다. 남아 있는 박사급 연구인력 중 상당수도 다른 직장을 알아보는 등 이직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KDI의 박사급 인력이탈은 세종시 이전과 무관하지 않다. KDI도 2012년 말 정부 부처와 함께 세종시로 이전한다. 금융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긴 A연구위원은 "자녀가 중 ·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어 가족 전체가 세종시로 옮기는 것이 어렵다"며 이직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특히 30대 후반에서 40대 초중반 연구원들이 자녀 학업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인력 이탈은 조세연구원 산업연구원(KIET)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등 세종시로 옮길 예정인 다른 국책연구기관에서도 나타날 조짐이다.

KIET 관계자는 "꼭 세종시 때문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최근 한 연구원이 대학으로 옮겨갔다"며 "예산 부족으로 연구원들을 위한 지원책을 내놓을 수도 없어 정부 눈치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책연구소 한 관계자는 "민간 연구소에 비해 월급이 적어도 국가 과제를 맡아 연구한다는 자부심에 능력 있는 인재들이 국책연구소로 몰렸지만 앞으로는 우수 인재 확보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당장 이직이 많이 나오고 있지는 않지만 정부 부처와 공기업에서도 이상 조짐이 감지된다. 기획재정부에서는 지난해 2명의 여성 사무관이 세종시 이전 대상에서 제외된 금융위원회로 자리를 옮겼다. 재정부 관계자는 "세종시로 내려가면 결혼하기 쉽지 않다는 인식 때문에, 특히 공직에 입문한 지 3년이 안된 미혼 여성 사무관들이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공기업의 경우 '세종시 때문에 직장을 옮길 수는 없지 않겠느냐'는 인식이 강하지만 이전 시기가 다가올수록 고민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어 피부에 와닿지 않지만 가족들과 떨어져 혼자 기러기 생활을 할 걸 생각하니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박준동/서욱진/주용석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