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락 전 경찰청장이 건설현장 식당(함바) 비리 사건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았고 그에 앞서 청와대 민정수석실 배건기 감찰팀장이 비리 의혹이 제기되자 사표를 제출했다. 강 전 청장 외에도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이 비슷한 혐의로 소환될 예정이고,장수만 방위사업청장과 최영 강원랜드 사장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권력의 핵심인 청와대 감찰팀장까지 관련됐다면 이것은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집권 4년차를 맞는 이명박 정부의 신뢰성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히는 사건으로 비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함바 비리는 브로커 유상봉씨가 정 · 관계 유력 인사에게 온갖 줄을 대면서 이권을 챙기고 인사에 개입한 전형적인 로비 사건의 양태를 띠고 있다. 식당 운영권을 따기 위해 막대한 돈을 뿌린 브로커에 도덕과 명예를 헌신짝처럼 팔아넘긴 고위 공직자들이 고구마 덩굴처럼 줄줄이 엮여 올라오는 형국이다.

배 팀장은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서울시 파견 경찰관으로 근무한 뒤 이 대통령 대선 캠프의 경호를 담당했다. 지금까지 청와대 직원의 비리를 조사하는 내부 감찰팀장을 맡아와 누구보다 청렴과 높은 도덕성을 생명으로 삼아야 하는 사람이다. 본인은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검찰의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하지만 청와대 핵심 인물이 그런 의혹을 사는 것만으로도 국민들의 실망은 이만저만 큰 게 아니다.

문제는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결국 권력의 심층부까지 연루된 사실이 확인되곤 했던 과거의 경험에 비춰 이번에도 단순히 의혹 수준에 그치지는 않을 것으로 국민들이 보고 있다는 점이다. 역대 어느 정권에서나 대통령이 비리와의 단절을 약속했고 실제로 그렇게 행동해왔지만 측근들이 호가호위(狐假虎威)하며 검은 거래에 손을 담근 사실이 적지 않게 드러났다. 정권 말기로 가면서 측근 비리는 기승을 부렸고 배 팀장의 연루 의혹으로 이번 정권도 예외가 아닐 것이라는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 검찰은 상황이 걷잡을 수 없는 지경으로 악화되기 전에 하루빨리 철저하고 성역없는 수사로 모든 의혹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