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인맥 힘 빠지자 새 줄 잡기 시도했을 것"

합바집 운영업자인 유상봉(65.구속기소)씨가 로비 대상으로 지목한 인물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일했거나 청와대 소속 인사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씨가 권력의 최상층부까지 접근하려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건설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일감'이 떨어진 유씨가 대운하 건설 등 대형 토목공사를 공약으로 걸었던 현 정부와 인연이 있는 인사들을 등에 업고 재기를 노렸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호남 출신으로 현정부 들어 정·관계 유력인사를 상대로 재기를 위한 로비를 시도했던 임병석(49.구속기소) C&그룹 회장과 닮은꼴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유씨가 검찰 조사에서 로비 대상으로 이름을 댄 것으로 알려진 최영 강원랜드 사장은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있던 2003년부터 산업국장과 경영기획실장으로 일했고, 오세훈 현 시장이 취임한 2007년 시 산하 공기업인 SH공사 사장으로 임명되는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09년 강원랜드로 자리를 옮기고 나서는 올해 초 'MB와 함께 한 1500일'이라는 에세이집을 낸 바 있다.

뉴타운 등 각종 개발사업을 강력하게 추진했던 서울시장 시절 이 대통령의 참모이자 서울의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을 책임지는 SH공사를 이끈 최 사장이 시내 건설현장을 무대로 활동한 유씨의 최우선 로비 대상이 아니었겠느냐는 추측이 제기된다.

청와대 인사 중에는 배건기 민정수석실 전 감찰팀장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경찰 출신인 배 전 팀장은 이 대통령이 시장일 때 서울시에서 파견근무를 한 인연으로 대선 캠프에서 경호를 맡았다.

배 전 팀장은 의혹이 불거지자 9일 "청와대 직원으로서 이런 의혹을 받는 것이 적절치 않다"며 사직서를 제출했으나 돈을 받은 일은 결코 없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최 사장도 "유씨가 찾아온 적은 있지만 돈을 줬다는 것은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금품수수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유씨가 권력의 핵심부까지 손을 뻗쳤다면 2000년대 중반 이후 건설 경기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그만큼 축소된 사업을 만회해보려는 의도였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씨는 1998년께 함바집 운영권 사업을 시작했지만 당시는 이미 '돈이 된다'는 소문에 너도나도 함바집을 운영권을 따겠다고 나서면서 시장이 포화상태였다.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유씨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절 호남지역 인맥을 활용해 승승장구하다가 이들의 영향력이 줄고 건설 경기가 침체를 거듭하자 대선을 전후해 '줄'을 바꿔 잡아 반전을 노렸을 것이라고 유씨 주변 인물들은 말했다.

유씨가 실제로 강희락 전 경찰청장과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 등 양대 경찰의 수장을 통해 함바집 운영권을 따내고 인사 청탁으로 일선 경찰관을 승진시켜주며 각종 민원을 해결하는 데 재미를 봤다면 이 대통령의 주변 인물을 포섭해 건설현장을 둘러싼 각종 이권에 직접 개입하는 방식으로 활동 무대를 넓히려 했을 수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te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