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시작된 내년도 부처별 업무보고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반응은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이 대통령은 2008년 첫 업무보고를 받을 땐 공직기강을 다잡는 데 주력했다. 거의 모든 부처를 향해 공직자의 자세를 언급하며 '정신무장'을 촉구했다.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선 "공직자는 머슴이다. 주인인 국민보다 앞서 일어나는 게 머슴의 할 일"이라며 뼈를 깎는 변화를 요구했다. 외교통상부에 가선 "도대체 무엇을 했느냐"고 질타했다. 교육과학기술부를 향해 "불만이 많다"고 했고,국방부 업무보고 도중 "체질을 끊임없이 바꿔라"고 주문했다.

그렇지만 올해엔 칭찬과 질책을 적절히 병행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재정부 업무보고 모두 발언에서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역할을 잘해줬다"고 격려했으나 보고 후엔 "고민한 흔적이 별로 없다"는 취지로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거래위원회 보고에선 기업정책과 관련,"긍정적 역할을 한 측면이 있는가 하면 다소 불편함을 주는 역할도 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과거엔 교과부가 흉볼 것이 많았다"면서도 "격려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검찰에 대해선 "국민들이 검찰의 변화를 읽기 시작했다"고 한 후 "선진 검찰문화로 바뀌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자리 배치도 달라졌다. 이전엔 이 대통령과 함께 앉는 헤드테이블에 해당 부처 고위공직자들이 차지했지만 올해엔 헤드테이블 12석 중 이 대통령 왼쪽 6석은 민간인들 몫이었다. 교수를 비롯한 전문가와 업체 대표,시장 상인,교사,자영업자,시민단체 관계자 등 출신이 다양하다.

이 대통령은 내년 국정 운영 중심을 어디에 둘 것인지 분명히 밝혔다. 우선 10년 후를 내다보는 정책을 펼치라고 주문했다. 방송통신위원회 교과부 등 보고에서 "다가올 10년 이후에 어떤 결과가 올 것인지를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고,법무부 보고 때도 "선진 검찰문화를 위해 10년 후에 대한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다. 내년에도 일자리 창출과 친서민,동반성장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