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 연평부대의 해상 사격훈련으로 모든 것이 '정지'됐던 연평도에 21일 다시 활기가 돌고 있다.

하루 전 연평도를 뒤덮었던 짙은 해무는 깨끗하게 가셨고 날씨도 포근해 사람들의 옷차림도 한층 가벼워졌다.

주민들의 얼굴에서도 전보다 한결 여유가 묻어났다.

이날 오전 8시50분께 사격훈련 때문에 20일 문을 닫았던 옹진농협 연평지점이 문을 열고 영업준비를 하고 있었다.

농협 마당에서는 직원 김모(39)씨가 하루 전 사람들이 대피소에서 버린 쓰레기들을 정리하느라 분주히 움직였다.

김씨는 사격 훈련이 끝나니 일단 "속이 후련하다"라고 말했다.

사격 훈련으로 중지됐던 복구 작업도 재개됐다.

아침부터 연평초등학교 운동장에서는 조만간 섬에 추가로 들어올 임시조립주택 24채의 부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수협 인근 공터에서는 깨진 유리를 갈아 끼우기 위해 이달 초 섬에 들어온 인부 4명이 바쁜 손놀림으로 창호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인부 윤정욱(57)씨는 "어제는 9시간 동안 대피소에서 떨었다.

피란민이 따로 없을 정도로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다"며 "오늘은 날도 따뜻하고 다시 일을 시작하니 기분이 좋다"라고 웃었다.

애초 20일 예정됐다가 사격훈련으로 늦춰진 공공비축미 매입도 이날 오후 이뤄질 예정이다.

면사무소 직원 일부는 몸이 아파 거동이 불편한 농민 1명의 집에 찾아가 1.5t 트럭에 벼를 싣고 날랐다.

이미 면사무소 뒷마당에 벼를 옮겨둔 농민들은 벼 포대를 덮어두었던 천막을 걷으며 밤새 내린 이슬을 털어냈다.

섬에 다시 활기가 돌긴 했지만 주민들 마음속에는 여전히 북한의 도발을 우려하는 긴장감이 깔려 있다.

군(軍)도 곳곳에서 차량 통제를 하며 경계태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20일 밤 9시까지 대피소에 있었다는 농민 안종채(69)씨는 "인천에 가야 하는데 그놈들이 또 포를 쏘면 어쩌나 싶어서 간밤에 잠을 못 잤다"라고 털어놨다.

안씨는 "아직도 안심이 되지 않는다"며 "수매만 끝나면 내일 여객선으로 나가서 김포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 직원 김씨도 밤새 잠자리에서 뒤척였다고 했다.

"사격 훈련이 영영 없었으면 좋겠다.그러나 남북긴장이 해소되지 않는 한 끝은 없을 것 같다"라는 김씨의 얼굴에 근심의 빛이 돌았다.

면사무소 관계자는 "사격 훈련이 무사히 끝나서 불안이 좀 가라앉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긴장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라고 섬 전체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오늘 여객선으로 주민들이 많이 들어오면 다음 주부터는 본격적으로 복구가 시작되고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라고 기대했다.

(연평도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s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