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중.러 `연평도 훈련' 반대에 곤혹
한미일 vs 북중러 대치구도 우려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연평도 해상사격훈련을 둘러싼 한반도 외교전이 가열되고 있다.

정부는 기상여건을 고려해 20일이나 21일 예정대로 훈련을 진행한다는 입장이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고 이 문제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무대까지 전선이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그동안 한반도 긴장을 우려하면서 반대의사를 표명해왔다.

특히 파키스탄을 방문 중인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중국 외교부장은 18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전화회담을 갖고 남북한의 자제를 거듭 촉구했다.

급기야 러시아는 최근 한반도 긴장사태와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긴급회의 소집을 요구하면서 한국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중국과 러시아는 연평도 사격훈련을 고리로 공조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북한 입장에 동조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은 한국 정부의 연평도 훈련계획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보이고 있다.

특히 미국이 "북한이 이번 훈련에 공격적인 반응을 보일 경우 `연쇄 반응(chain reaction)'이 일어날 수 있다"며 북한의 추가도발을 경고한 상황에서 관련국들간 기싸움이 한층 가열될 것으로 점쳐진다.

정부는 중국과 러시아의 행보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면서도 뾰족한 대응책이 없어 곤혹스런 표정이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우리 영토에서 훈련하는 것은 우리 군의 정당한 행위"라고 중국과 러시아의 요구를 사실상 일축했다.

다른 당국자도 "러시아가 연평도 훈련을 안보리에 가져가겠다는데 어떻게 하겠느냐"며 "안보리에서 당사국들을 부를 수도 있지만 정부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연평도 훈련을 연기할 경우 북한의 위협에 굴복하는 모습으로 비쳐질 수 있는 만큼 쉽게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평도 사격훈련으로 인해 한국, 미국, 일본 대(對) 중국, 러시아, 북한의 대치구도가 형성되는 것을 우려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사격훈련이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연평도 공격과 우라늄농축 프로그램을 규탄하려는 정부의 외교적 행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그동안 연평도 포격과 관련해 북한을 명시적으로 규탄하는 러시아와 북한에 영향력이 큰 중국의 협조를 이끌려고 긴밀히 협의해왔는데 자칫 이런 노력들이 희석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성환 외교부 장관은 일요일인 19일에도 오전부터 외교부 청사에 출근, 간부들과 연평도 사격훈련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정부 당국자는 "외교채널을 통해 연평도 사격훈련에 대해 관련국들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며 "일단 20일 오전 1시(뉴욕시간으로 19일 오전 11시) 열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앞으로 중국과 러시아에 연평도 사격훈련의 정당성을 재차 강조하면서 안보리 논의 결과 등 국제사회 동향에 따라 이들 국가를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는 방향으로 훈련계획을 수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또 연평도 사격훈련 계획으로 조성된 한반도 긴장이 남북간 군사적 충돌 없이 외교적 해법으로 해결될 경우 앞으로 한반도 정세가 대화국면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관측도 외교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김연숙 기자 nojae@yna.co.krnoma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