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이제 북한 스스로 군사적 모험주의와 핵을 포기하는 것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혀 대화보다 압박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크다. 정부 관계자는 19일 "지난해 말 추진했다가 수포로 돌아간 남북 정상회담의 재추진도 일정 기간 힘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연 6자회담도 조기에 성사되긴 쉽지 않다. 중국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나 한국과 미국 일본 등은 핵 문제에 대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선결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서해상을 중심으로 안보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미 · 중 간 파워 게임 성격도 있어 상황은 더 복잡해졌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남북이 첨예한 대결구도를 누그러뜨리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6자회담 재개를 비롯한 대화 국면이 조성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이 대화로 나온다 하더라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남쪽에서 이에 응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도 "남북 간,북 · 미 간 불신이 워낙 강해 단시일 내에 마주앉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렇지만 남북이나 미국과 중국 모두 대결국면이 장기간 지속되는 데 대한 부담도 있다. 양 교수는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등 중동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어 한반도 긴장 지속은 대외정책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더군다나 내년엔 한국과 미국이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둬야 하는데 남북 간 극한 대치는 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양 교수는 "내년 1월로 예정된 미 · 중 정상회담이 화 · 전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연평도를 둘러싼 한반도 긴장이 외교적 해법으로 해결된다면 6자회담 프로세스가 빨리 굴러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6자회담에서 실마리를 찾으면 내년 후반기에 제3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