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인해 우려됐던 금융 · 외환시장의 대혼란은 없었다. 북한 도발에 따른 금융 · 외환시장 충격은 단기간에 마무리됐다는 '학습효과'가 이번에도 나타났다.

정부가 투자심리 안정에 적극 나서고 연기금이 증권시장에서 대규모 매수에 나선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번 사태로 인해 지정학적 위험이 다시 부각됐고,그 정도가 천안함 사태보다 더 클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 불안이 해소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코스피지수는 24일 개장 직후 46.42포인트 급락하며 1882까지 떨어졌다. 개인들은 투매에 가까울 정도로 팔아치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얼어붙었던 투자심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개장 후 10여분 뒤 코스피지수가 1900선을 회복했다. 이날 외국인은 492억원,기관은 4136억원어치를 사들이면서 개인이 내놓은 5718억원어치 매물을 대부분 거둬들였다.

오후 장에서도 코스피 지수는 꾸준히 회복돼 0.15%(2.96포인트) 하락한 1925.98에 마감됐다. 외국인은 코스피200 지수선물을 7193억원이나 순매수,주가가 오르는 쪽에 베팅했다.

원 · 달러 환율 역시 같은 그림을 그렸다. 시초가는 전날보다 37원50전 뛰어 1175원을 나타냈다. 환율이 뛴다는 것은 원화가치가 하락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환율은 5분 뒤 1160원대,20분 뒤 1150원대로 내려와 상승폭을 줄였다. 외국인의 '원화 매도-달러 매수'주문도 많지 않았다. 임지원 JP모건체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외국인을 포함해 투자자들은 북한의 도발이 전면전으로 치닫지 않는다면 한국의 양호한 펀더멘털을 중시한다"며 "충분한 외환보유액과 수출 호조 등에 따라 이번 충격이 오래 가지 않을 것이란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채권시장에선 금리가 하락했다. 3년만기 국고채와 5년만기 국고채는 각각 0.08%포인트와 0.06%포인트 떨어져 연 3.34%와 연 4.01%를 기록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금융경제실장은 "불안감이 가셨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향후 전개 상황에 따라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을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 수는 없다"고 경계했다.

아시아 금융시장도 빠르게 안정됐다. 전날 안전자산 선호현상으로 급등했던 미 달러화는 약세로 돌아섰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 · 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달러당 0.20엔 떨어진(달러가치 하락) 83.21엔에 마감됐다. 중국과 홍콩 싱가포르 증시도 오름세를 보였다. 일본증시는 장중 2% 가까이 하락했으나 낙폭을 축소해 0.84% 하락으로 장을 마쳤다. 대만 가권지수는 0.38% 떨어졌다.

정부는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이 참여한 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를 열어 정책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이날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북한의 추가 도발이 있을 경우엔 철저하게 응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준동/박해영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