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감세정책의 핵심인 소득세 · 법인세 인하가 4일 시작된 국회 국정감사에서 또다시 공격대상에 올랐다.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이날 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소득세율 · 법인세율 인하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2008년 세제개편안에서 우여곡절 끝에 마련된 소득세 · 법인세 인하안은 지난해 국회에서 야당 반대로 이미 한 차례 수정됐다. 소득세 최고구간(과세표준 8800만원 초과) 세율을 2009년 35%에서 2010년 33%로 낮추기로 한 것을 2년 유예해 2012년부터 적용키로 했다. 법인세율도 22%에서 20%로 인하하는 시점을 2년 연기했다. 야당은 올해 국감에서 한발 더 나아가 아예 철회를 요구한 것이다.

이용섭 민주당 의원은 국감 자료를 통해 "재정건전성을 위해 현행 소득세 · 법인세율을 2012년 이후에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관련 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의원은 "이명박 정부 들어 대규모 감세조치와 재정지출 확대로 2009년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36.1%인 407조2000억원에 이르는 등 재정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며 "법안이 통과될 경우 2012년부터 2015년까지 고소득층과 대기업으로부터 연간 4조7000억원의 세수가 확보돼 저소득층과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재원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소득세 · 법인세 최고세율 구간을 신설해 부자들과 대기업들로부터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이 내놓은 방안에 따르면 소득세는 현행 8800만원이 최고인 과표구간에 1억2000만원을 초과하는 구간을 새로 둬 40%의 세율을 매기자는 것이다. 법인세는 현행 2억원 이하,2억원 초과 두 가지로 돼 있는 과표구간에 100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30%의 세율을 부과하자는 내용이다.

이 의원 역시 이 같은 내용에다 소득세 · 법인세 2012년 인하를 철회하는 것을 포함한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의원의 발의안이 통과되면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대한 감세 철회 수준을 넘어 본격적인 증세로 돌아서게 된다.

야당 의원들의 주장에 대해 재정부는 난색을 표명했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주변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법인세율을 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낮은 수준의 법인세율은 국제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필수"라며 "법인세율 최고구간 신설은 기업활동을 위축시키고 해외로의 자본이동을 촉발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등 대부분의 국가들이 법인세율을 단일 세율로 운영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글로벌 스탠더드와도 맞지 않다"며 "법인세 인하는 국제적인 약속으로 번복할 경우 국가 신뢰도에도 직결된다"고 지적했다.

윤 장관은 소득세 최고세율 인하 철회 주장에 대해서도 "감세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려는 정부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이 훼손될 수 있다"며 "과표구간을 늘리는 것도 과세체계 간소화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정부는 담배 세금 인상은 검토하지 않고 있으며 탄소세 도입 등 에너지 관련 세금을 정비할 계획도 없다고 보고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