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훈풍기대는 난망..6자회담 통한 선순환 기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전격 방중을 전한 중국과 북측의 언론 발표에서 남북관계를 직접 언급한 대목은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조선중앙통신이 전한 "쌍방은 공동의 관심사로 되는 국제 및 지역문제 특히 동북아시아정세와 관련하여 허심탄회하고 진지하게 의견을 교환했으며 완전한 견해일치를 보았다"고 한 대목이 눈에 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김 위원장이 "중국과 긴밀한 대화와 협력을 통해 조속한 시일 내에 6자회담을 재개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일단 이번 북중 정상회담이 천안함 사태로 꽁꽁 얼어붙은 남북관계에 직접적인 훈풍을 몰고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천안함 사태에 대해 `날조극'을 주장해온 북측이 사과와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약속 등 남측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은 여전히 희박하기 때문이다.

남측 역시 사과 요구를 접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김 위원장이 6자회담에 대해 다소 `진전된' 표현을 함으로써 6자회담 틀 내에서의 남북대화 재개에 대한 조심스러운 기대를 낳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월 초 북중 정상회담에서 "유관 당사국과 함께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유리한 조건을 조성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조속한 시일 내에 6자회담을 재개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혀 6자회담 재개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역시 그동안 성의있는 조치를 요구해온 한국과 미국의 요구를 충족시킬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북측의 성의있는 조치로 북한의 핵 시설 불능화 조치 재개, 강제추방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예고된 한미 합동군사훈련과 미국의 대북 추가 금융제재 등이 새로운 걸림돌이 될지도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중국 측의 의중을 반영한 듯 "한반도 정세의 긴장을 원치 않는다.

우리는 한반도의 긴장국면을 완화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져 북측이 추가 도발로 남북관계를 더 벼랑 끝으로 몰고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적어도 '찬바람이 불기 전'까지는 현재의 남북관계에 큰 변화는 오지 않을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6자회담의 수레바퀴가 굴러가면 남북은 6자회담 틀 내에서 천안함 사태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접점을 찾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 경우 천안함 사태로 전면 차단된 남북관계도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으로의 후계구도 구축 과정 등에서 경제 및 체제 안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북측과 임기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남북관계를 이대로 끝낼 수 없다는 이명박 정부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 남북관계도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오는 11월의 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정부가 남북관계를 관리할 차원에서 다소 전향적인 대북 제스처를 취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천안함 사태를 비롯해 북핵 문제 등을 한꺼번에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당장 남북관계가 풀리기는 어렵지만 중국의 대북 레버리지가 강화될 것"며 "이에 따라 북핵 및 남북관계에 부정적 측면보다는 긍정적 측면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대한적십자사가 26일 북측에 수해지원 의사를 밝히는 등 대북 인도적 지원이 남북관계 개선에 윤활유 역할을 할지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특히 민간단체는 물론 정부 여당에서도 대북 쌀 지원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정부가 당국 차원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확대해 대화 분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의 중국 예속화를 우려하며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한 적십자회담 제안 등 정부가 더욱 전략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