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 총리실 국무차장이 13일 지식경제부 2차관으로 내정된 것을 놓고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렸다. 야당은 "오기 인사"라고 비판한 반면 한나라당은 "전문성을 고려한 인사"라고 평했다. 야당은 물론 그동안 박 차장의 경질을 요구해온 정두언 한나라당 최고위원 등 여당 일부 의원들도 강하게 반발했다.

전현희 민주당 대변인은 "민간인 사찰을 책임지고 사퇴해야 할 박 차장을 지경부 제2차관으로 영전시킨 것은 국민을 무시한 오기 인사"라며 "검찰수사를 피하기 위한 물타기 인사로밖에 볼 수 없다. 즉각 임명을 철회하고 검찰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종철 진보신당 대변인도 "검찰이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해 고작 실무자 3명을 기소해 박 차장에게 면죄부를 주자 이를 근거로 이 대통령이 오기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어이없고 분노할 일"이라고 성토했고,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이 정권의 오만과 독선이 도를 넘고 있다는 증거"라고 날을 세웠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불만의 소리가 나왔다. 정두언 최고위원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여러 가지로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박 차장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신임이 여전하다는 것을 재확인한 상황에서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한 측근은 "민간인은 물론 공직자와 심지어 여당 의원들까지 사찰한 세력의 책임자로 볼 수 있는 인물을 지경부 차관으로 임명한 것은 불법 사찰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 아니냐"며 "대통령의 의중을 좀 더 살펴봐야겠지만 앞으로 심각하게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안형환 한나라당 대변인은 "상당수가 내부에서 승진한 만큼 전문성을 고려한 인사라고 평가한다"며 "특히 소통과 통합의 젊은 내각이라는 지난 '8 · 8 개각'의 맥락을 계속 이어갔다고 판단한다"고 긍정 평가했다.

이준혁/민지혜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