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대금 휴지조각되나 '전전긍긍'
건설은 신규 수주 차질 현실화


우리 정부와 이란ㆍ리비아의 관계가 갈수록 꼬여가면서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과 유렵연합(EU)의 대(對) 이란 경제제재로 수출이나 신규 사업에 타격을 입게 된 국내 기업들은 설상가상으로 미국이 우리 정부에 이란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의 자산동결을 포함한 이란 제재 강화를 요청하면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리비아 역시 우리 외교부 직원의 '스파이 사건' 해결 대가로 리비아가 우리 정부에 10억달러 상당의 공사를 해달라고 요구했으며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을 제재할 것이라는 미확인 정보가 퍼지며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재계는 이란은 우리나라의 중동지역 최대 수출 시장이고, 리비아는 세번째로 큰 해외건설 시장이어서 이와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기업의 피해가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4일 코트라에 따르면 대이란 직간접 수출규모는 지난해 60억달러, 올해 상반기 25억6천만달러에 이른다.

지난해 이란과의 교역규모는 총 40억달러로, 최근 한 달 피해액은 약 3억달러로 추산하고 있다.

이란에 제품을 수출하는 철강, 화학, 중소 자동차 업체들은 미국, EU의 이란 제재 압박이 거세지면서 수출대금 결제 등에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이란 금융제재후 이후 국내은행 현지 지점 대신 두바이 등 다른 아랍권 은행쪽으로 결제 계좌를 바꾸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지만 이란 제재가 더욱 심화될 경우 이란 은행에서 발행해준 채권이 '휴지조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건설업계도 이미 이란에서의 신규 수주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현재 대림산업, 두산중공업 등 3개사가 6건의 공사(계약액 15억달러)를 진행중으로 현재 진행중인 공사는 아직 문제가 발생되지 않고 있지만 신규 수주 활동은 아예 접었다.

현대건설은 올 초 진행중인 공사가 마무리되면서 이란 테헤란 지사장을 알마티 지사장으로 전보 발령했다.

당분간은 이란에서 신규 수주가 힘들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GS건설은 미국의 이란 경제 제재가 강화되면서 작년 10월 이란에서 수주한 1조4천억원 규모의 가스탈황시설 공사의 계약이 지난달 파기된 바 있다.

가뜩이나 난항을 겪고 있는 이란계 다국적 가전유통업체 엔텍합 인터스트리얼 그룹과 채권단의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협상도 이번 사태로 악영향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주로 국내 건설사들의 활동 무대인 리비아 역시 이번 외교문제가 신규 수주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리비아에서는 현재 20개 건설사가 총 51건, 92억달러의 공사를 진행중이며 대우건설,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이 신규 수주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 업체는 당장 공사 진행은 문제가 없지만 외교관계 회복이 더딜 경우 우리 건설사의 '텃밭'을 경쟁국가에 뺏기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특히 리비아가 우리 정부에 10억달러 규모의 공사를 요구했다는 소문과 관련해 사실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이란, 리비아의 경우 해외건설 시장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국가"라며 "국가간 외교문제로 인해 기업들이 주요 터전을 잃지 않도록 빠른 시일내 관계를 정상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s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