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후계승계 문제 '급선무'로 대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이달초 중국 방문 가능성이 점차 희박해져 가는 분위기다.

베이징 외교가에선 중국 최고 지도층의 일정과 오는 9일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개막 일정, 그리고 평양-베이징(北京) 간 특별열차로 편도만 20시간이 소요되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늦어도 지난 주말에는 방중했어야 한다며 이번 주에는 물리적으로 힘들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와는 달리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던 전례도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당장 이번주초 방중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 위원장의 방중 시기에 대한 전망은 이처럼 분분하지만 한가지 공통된 점은 그의 방중은 '가능성'의 단계를 넘어 이르든 늦든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 정부의 시각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미 지난주 우리 정부 당국은 김 위원장의 이달초 방중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밝혔고 커트 캠벨 미 국무부 차관보가 워싱턴 현지시간으로 3일 저녁 "(북.중) 국경에서 (김 위원장 방중 준비 작업의) 움직임이 있다"고 전한데서도 한.미 양국의 이런 인식이 드러난다.

사실 김 위원장의 방중 가능성은 올해 초부터 강하게 흘러나왔다.

중국 입국의 관문인 단둥(丹東)에는 이때부터 일본과 한국 취재진이 사실상 상주하다시피 해왔고 관련 보도가 끊이지 않았다.

이처럼 김 위원장의 방중 가능성을 점치는 분석이 끊이지 않는 배경은 무엇일까.

우선 중국의 강력한 초청의지가 가장 큰 배경이라는 게 베이징 외교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중국 당국은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지난해 10월 방북했을 당시에도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장을 들려보냈고 왕자루이(王家署)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지난 2월 방북했을 때에도 이를 반복했을 정도로 집요하게 김 위원장의 방중을 요청하고 있다.

이는 북.중간 우호증진을 위한 당(黨) 대 당(黨) 상호방문 요청 수준을 넘는 외교 행위로, 중국이 왜 이렇게 강하게 요청하는지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 중국은 북한이 지난해 5월 제2차 핵실험을 강행해 국제적 고립을 자초한 이후에도 북한과 정치.외교.경제적인 관계를 더 긴밀히 하는 등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를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대북 지원을 감행해왔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5일 "중국 당국이 유엔의 안보리 대북제재와 관련해 일시적으로 고민을 했지만 작년 여름을 계기로 '군사분야와 단순 경제분야의 교역을 구분해 대처한다'는 원칙을 세웠으며 이를 작년 8월 국무원의 비준을 거친 '창지투(長吉圖.장춘-길림-두만강)' 개방 선도구 사업과 연관시켜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창지투 사업은 지린(吉林)성의 창춘(長春)에서 지린, 두만강 유역으로 이어지는 경제벨트를 구축해 1단계(2012년)과 2단계(2020년)를 거치면서 지린성의 현재 GDP(국내총생산)를 4배 수준으로 늘리는 게 골자로, 이 사업의 성패는 북한이 '동해 길'을 얼마나 열어주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을 두고 볼 때 원 총리가 작년 10월 방북했을 당시 양국 간에 이와 관련한 경협 논의가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으로선 창지투 사업에 바탕을 둔 두만강 주변 공동개발로 낙후한 동북 3성의 경제발전을 촉진할 수 있고 북한으로선 라진항을 물류 중심지로 육성함으로써 이를 거점으로 경제회생의 길을 모색하는 '윈-윈 게임'을 제안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사실 유엔 안보리의 제재로 고립이 심화하고 지속적인 경제난을 겪는 북한으로서도 이는 '매력적인' 제안일 수밖에 없어 보인다.

북한 당국이 올들어 라선(라진+선봉)을 특별시로 지정하고 국가개발은행 설립 등을 통해 대외개방을 확대하는 한편 투자여건 개선에 나서는 제스처를 보이고 있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해 화폐개혁 이후 경제사정이 더 악화한 북한으로선 외부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점에서 북.중 경협의 필요성을 더 절감하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다른 배경으로는 3남 김정은으로의 후계승계 문제가 꼽힌다.

최근 몇년새 부쩍 건강이상을 느끼는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김정은으로의 권력승계에 대해 중국 최고지도층의 암묵적인 지지가 다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중 양국은 그간 노동당 대 공산당 차원에서 서로 최고지도자를 추인해왔고 후 주석 후임으로 가장 유력한 시진핑(習近平) 부주석도 그런 까닭에서 내부 절차를 거쳐 2008년 6월17일 방북했었다는 점에 비춰볼 때 김 위원장이 가능하면 빠른 시일 내에 김정은에게 그런 절차를 밟도록 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방중 시기와 관련해선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경호문제를 가장 우선시하는 북한으로선 이달초 방중 가능성이 공개되자 이를 의도적으로 피했다는 추론을 내놓는가 하면 서해 백령도 부근에서의 남한 초계함 침몰과 관련해 북한 연루설이 끊임없이 제기되자 안보 불안을 느껴 이 시기를 피하려 한다는 견해도 비친다.

다른 소식통은 "북.중 경협과 북핵 6자회담 논의, 그리고 북한의 후계구도 논의 등을 위해선 김 위원장의 방중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이 여러가지 사정을 감안하되 '기습적으로' 방중할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베이징.단둥연합뉴스) 인교준 홍제성 특파원 kji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