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초계함 침몰사고 이후 닷새가 지났으나 실종자가 갇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함미선체 진입 작업이 실패하면서 실종자 구조도 지연되고 있다.

29일 오후 6시30분을 기점으로 실종자의 최대 생존가능 시한(침몰이후 69시간)을 넘겼으나 구조 작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시간만 무심히 흘러가는 형국이다.

군은 30일 실낱같은 희망의 끈을 부여잡고 실종자 구조작업을 재개했으나 현재까지 실종자들이 갇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함미의 출입구를 확보하는데 실패했다.

구조작업은 `선체탐색→공기 주입→출입구 확보→생존자 확인' 등 4단계로 진행된다.

현재까지 선체탐색은 70-80% 완료했고, 공기주입 작업도 계속 진행되고 있으나 출입구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게 군의 설명이다.

이기식 함참 정보작전처장은 정례 브리핑을 통해 "함수쪽은 출입구 개척이 완료됐으나 함미쪽은 들어가지 못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함미가 왼쪽으로 90도로 기울어져 45m 해저에 가라앉으면서 선체 복도부분이 뻘에 박혀 있어 구조작업 출입구 확보가 여의치 않은 것이다.

게다가 사고 당시 충격으로 출입문이 뒤틀려 있고, 선체에 격실이 워낙 많다 보니 이를 뚫고 지나가는 것 자체가 구조작업을 이중삼중으로 지연시키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아울러 기술적 문제도 도사리고 있다.

우선 생존자들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밀폐된 격실 출입문을 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해저 45m에서는 3-4 기압에 해당하는 수압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선체가 공기로 차있으면 격실 내외의 압력차 때문에 문을 열 수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격실 외벽에 구멍을 뚫어야 하지만 이때 엄청난 압력으로 바닷물이 격실 내로 밀려 들어갈 수 있고, 만약 생존자들이 의식을 잃은 상황일 경우 이는 오히려 생존자의 목숨을 위협할 수 있다.

승조원들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고도의 기술적인 판단이 필요한 대목이다.

잠수여건도 최악의 상황이다 .유속은 5.33노트로 빠른 조류가 흘렀고, 시계는 30㎝ 불과해 손목시계를 겨우 볼 수 있을 정도였다.

3.9도의 해수온도도 잠수 작업을 더디게 만들었다.

해수온도 3도일 경우 잠수복을 착용한채 생존가능한 시간은 불과 1시간, 또렷한 의식으로 잠수할 수 있는 시간도 15-20분에 불과하다는게 군의 설명이다.

여기에다 잠수사 2인 1조로 15-20분 정도 잠수하더라도 오르내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7-8분 남짓한 시간에 선체 진입 작업을 시도해야 하기 때문에 출입구 확보가 더욱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한 조가 잠수해 7-8분동안 선체 주변을 탐색하며 로프 등을 걸어 진척상황을 표시하면 다음 조가 이어받아 진행하는 등 단계적으로 작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실종자 구조가 늦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잠수사들이 한꺼번에 내려가 작업할 수도 있겠지만 함미까지 연결된 인도색(잠수용 밧줄)을 따라 오가는 과정에서 잠수사들끼리 부딪힐 경우 조류에 휘말려 잠수사들의 실종, 사망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게 군의 설명이다.

또 밀물과 썰물이 교차해 조류가 약해지는 정조 시간대에만 잠수가 허용돼 이날도 선체진입 및 실종자 구조를 위한 잠수시간은 새벽 2시, 오전 8시, 오후 2시, 오후 9시 등 4차례에 불과했다.

해난구조대(SSU) 전문장교인 송무진 중령은 정례브리핑을 통해 "선체 진입작업이 굉장히 힘들다"며 "현재 여건이 열악해 출입구 확보 작업이 늦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정윤섭 기자 jamin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