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더십 문제가 다보스포럼의 '빅 이슈'로 부상했다. "(파이낸셜타임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WEF · 다보스포럼)에서 초강대국 미국의 쇠퇴에 따른 국제질서의 리더십 공백 문제가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산적한 국내 현안으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포럼에 불참한 것도 글로벌 정치무대에서 미국의 쇠퇴를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분위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 "다보스포럼의 정치 주제는 오바마의 대통령직 수행과 아프가니스탄 문제로 집약됐다"며 "두 문제 모두 미국의 지도력 약화라는 근본 문제와 연결돼 있다"고 보도했다. 1년 전 다보스포럼의 주인공으로 환대받았던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의 경우 지도력이 도마 위에 오른 형국이다. FT와 BBC뉴스 등은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 '어려운 시기에 희망의 빛'으로 여겨지며 다보스포럼에서 열렬한 환영을 받았지만 1년이 지난 올해엔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는 포럼 참석자들의 시각을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국내 정치의 난제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데다 △북한과 이란의 핵문제 △아프가니스탄 문제 △기후변화 회담 △중국과의 협력 등 주요 과제에서 뚜렷한 진전을 보지 못해 위상이 크게 축소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오바마 대통령이 적극 추진 중인 금융개혁에 대해서도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금융권 인사들이 강력 반발하면서 위상에 흠집이 갔다.

이에 따라 이제 미국의 힘이 주요 국제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기에는 너무 약해진 게 아닌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으며,미국이 글로벌 리더십을 상실한다면 어떤 강대국 조합이 권력공백을 메워야 하는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오갔다.

미국의 위상이 떨어진 반면 중국과 인도,브라질 등 신흥국 대표단들의 기세는 등등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들 신흥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국제질서에서 통용되던 안보 개념에도 변화가 일고 있는 것으로 감지됐다.

중국 정부와 구글 간 대립으로 표출된 '사이버 보안' 문제는 주요 세션의 화두가 됐다. 이와 관련,다보스포럼에 참가한 각국 대표단들은 "직접 사람을 죽이진 않지만 현대 사회의 기능을 마비시킬 새로운 개념의 무기가 개발됐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한편 미국과 영국,프랑스 등에서 정부주도로 강력한 금융개혁이 추진되는 데 반발하고 있는 주요 금융사들은 다보스포럼에서 조용히 물밑에서 결집하는 모습을 보였다. 알리스테어 달링 영 재무장관과 JP모건,모건스탠리 등 주요 금융사 고위인사 간 비공식 회동에서 금융사들은 "지나친 금융개혁은 경제회복을 가로막는다"며 각자의 입장을 전달했다.

포럼 개최지인 스위스는 세율이 낮은 스위스의 혜택을 강조하며 영국 금융사 유치에 나서는 모습도 보였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