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속 행사장 만원..슈워브회장 이례적 3개 질문

이명박 대통령이 28일 다보스포럼 단독특별연설을 한 스위스 다보스의 콩그레스센터 내 콩그레스홀은 수용인원이 800명에 달하는 대형 행사장이었으나 빈 좌석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전세계 유력 기업인과 언론인, 정.관계 인사들이 연설 전부터 속속 행사장에 입장했으며, 입구 앞 로비에는 수백명이 운집해 올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의장국 정상인 이 대통령에 대한 관심을 반영했다.

오전 일찍부터 다보스 전역에 폭설이 내린 가운데 열차편으로 행사장에 도착한 이 대통령은 무대에 마련된 연단에 올라 클라우스 슈워브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이 옆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의 운영 방향을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시종 진지한 표정으로 이 대통령의 연설을 끝까지 경청했으며, 약 15분간의 연설과 뒤이은 슈워브 회장과의 일문일답이 모두 끝난 뒤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큰 박수를 보냈다.

특히 슈워브 회장은 통상 다보스포럼에서 단독연설을 한 인사에게 한가지 질문만 하던 관례를 깨고 이 대통령에게 G20 정상회의와 관련한 질문을 3개나 잇따라 던져 눈길을 끌었다.

이 때문에 예정시간을 넘기는 바람에 당초 순차통역으로 진행키로 한 일문일답은 동시통역으로 변경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국제자문위원이기도 한 슈워브 회장은 질문을 마치며 "주요 국가 대통령으로서 G20 의장국 정상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가운데 먼길을 와서 고견을 줘서 감사하다"면서 "이 대통령의 영도력에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의 지속가능성, 금융부문 규제 논의 등과 관련한 슈워브 회장의 날카로운 질문에 때론 진지한 표정으로, 때로는 여유있는 농담으로 답변해 청중들의 박수와 웃음을 유도했다.

특히 슈워브 회장이 최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금융산업 개혁안에 대한 평가를 우회적으로 요구하자 이 대통령은 "G20 의장국으로서 특정 이슈에 대해 구체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뭣하다"며 긴장된 분위기를 누그러뜨린 뒤 "금융기관 종사자들이 수동적으로 대처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변화의 방안을 이끌어 내는 게 좋다"고 목소리를 높여 청중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이날 이 대통령의 연설에는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사공일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장, 곽승준 미래기획위워장, 김성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등 정부 관계자와 함께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국내 유력 재계인사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올해 40주년을 맞은 이번 다보스포럼에는 역대 최다인원인 2천700명이 참석을 신청했다"면서 "이번 행사의 주빈으로 초청된 이 대통령에 대한 높은 관심이 한몫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단독특별연설을 포함해 무려 11개의 일정을 소화하는 `강행군'을 이어갔다.

취리히에서 다보스로 이동하는 열차내에서 빵과 삶은 계란으로 아침을 해결한 이 대통령은 오전 내내 물 한잔도 먹지 못한 채 분주한 모습을 보였으며, 폭설과 인파로 인해 사실상 경호와 의전이 생략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한편 연설에 앞서 이 대통령은 슈워브 회장과 면담을 갖고 녹색성장 비전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슈워브 회장은 이 대통령이 최근 발표한 글로벌 녹색성장 연구소(GGGI) 설립계획을 언급하며 "다보스포럼도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 참모는 전했다.

(다보스연합뉴스) 추승호 이승관 기자 chu@yna.co.kr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