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에 대한 무죄선고 논란의 와중에 '기교(技巧) 사법'이란 신조어가 등장해 관심을 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기교사법'이란 판사가 특정 사건에 대해 먼저 유무죄 판단을 내려놓고 법리적 해석을 그에 맞게 짜맞춘다는 뜻으로, 재판부가 자신의 입맛에 맞게 `견강부회'식 판결을 했을때 이를 비판하기 위해 동원되는 표현이다.

일각에선 질서유지권이 발동된 상태에서 국회 사무총장실에 들어가 책상 위에서 마구 뛰고, 집기를 던져서 부순 강 의원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서울남부지법 형사1단독 이동연 판사의 판결을 '기교사법'에 빗대고 있다.

억지로 무죄를 선고하기 위해 법리 해석을 짜맞춘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는 국회 사무총장실에서의 강 의원은 행동은 누가 봐도 명백한 폭력행위임에도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유죄로 인정하지 않은 법 해석과 적용에 실체와 맞지 않는 심각한 모순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반면 강 의원에 대한 무죄 판결의 핵심은 검찰이 적용한 '공무집행방해죄'의 구성요건이 미비하다는 데 있기 때문에 타당한 논리를 갖췄다는 해석도 있다.

즉, 공무집행방해죄가 인정되려면 적법한 절차에 따른 공무집행이 전제가 돼야 하는 데, 강 의원 사건의 경우 국회의장의 질서유지권 발동 자체가 위법하기 때문에 이에 반발해 폭력을 행사했더라도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불법 연행에 반발해 경찰을 폭행했더라도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받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일 뿐 폭력행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는게 옹호론자들의 설명이다.

강 의원에 대한 무죄 선고를 둘러싼 논란은 이처럼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용어까지 등장시키면서 단순 법리논쟁을 넘어 검찰과 법원을 대리인으로 내세운 보수와 진보세력 간의 싸움으로 확대되는 양상이어서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abullapi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