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사무처측 "법위반 보기는 무리"

한나라당이 31일 오전 예산결산특위 회의장이 아닌 곳에서 전체회의를 소집, 새해 예산안을 단독 처리한 것을 두고 법적 효력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당이 `제3의 장소'에서 예산안을 통과시킨 것은 국회법을 위반한 불법이며, 따라서 처리 절차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
이 같은 논란은 국회법에 회의장 변경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고, 그동안 예결위에서 예산 처리를 위해 회의장을 바꾼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현행 국회법에는 국회의장이 표결에 부칠 안건과 표결 결과를 선포할 때 `의장석'에서 하도록 규정돼 있고, 지난해 발간된 국회법 해설서는 `의장석에서의 표결 선포' 규정은 상임위원회에도 준용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민주당 우제창 원내대변인은 "예결위 회의장을 변경하려면 위원회에서 의결하고 간사간 합의가 필요하며 장소변경을 충분한 시간을 두고 공지해야 하는데 그런 절차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명백히 국회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국회법 조항을 근거로 헌법재판소에 무효확인 소송과 권한쟁의심판 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국회법에 회의장소를 변경할 수 없다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심재철 예결특위 위원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회법 규정에 회의장 변경을 금지한 것은 없다"면서 "미리 법적인 자문을 받았고 예산안 통과는 합법적으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심 위원장은 회의장 고지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선 "예결위 한나라당 간사가 회의장을 변경한다고 구두로 통보했고 국회 구내방송을 통해서도 고지됐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2002년 `날치기' 방지를 위한 국회법 개정 후 여야 교섭단체간 협의 없이 법안이 제3의 장소에서 처리된 적은 없다.

지난해 2월 외교통상통일위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 동의안을 상정할 때 민노당 의원들의 점거로 회의장을 옮겼지만 교섭단체들간 합의에 따른 것이었다.

앞서 `의장석'을 벗어나 다른 장소에서 법안을 처리한 사례로 지난 71년 집권 공화당이 신민당의 저지로 의사진행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위원장 결정으로 회의장을 변경, `국가보위특별조치법'을 통과시킨 적이 있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한나라당 간사가 회의장 변경을 고지하는 등 회의장 변경에 대한 관련 절차는 밟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딱히 법위반으로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