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신뢰다. 세종시는 당의 존립에 관한 문제이므로 원안에다 필요하면 플러스 알파가 돼야 한다. "

2009년 박근혜 전 대표는 고비 때마다 '한마디 정치'로 정치권을 뒤흔들었다. 차기 대통령 후보 1순위로서 여론의 지지와 60석에 육박하는 당내 계파의 리더라는 위치를 등에 업고 박 전 대표는 여야 대치가 극에 달한 사안마다 특유의 '한마디'를 던지며 정치 지형을 좌지우지했다.

7월 미디어법 논란으로 국회가 파행으로 치닫자 박 전 대표는 미디어법 중재안으로 '매체합산 시장점유율'이라는 개념을 제시,결국 관철시켰다.

세종시 논란 때도 박 전 대표는 승부수를 띄웠다. 행정 비효율 등을 문제로 정부 여당이 '세종시법 수정안'에 불을 붙이자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 야당은 반발했지만 세종시법 수정의 큰 흐름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세종시 원안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전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특히 세종시법 수정을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한데,박 전 대표의 한마디로 60명에 달하는 친박 의원들이 세종시법 원안 고수입장으로 돌아서면서 세종시법 수정을 추진하던 정부는 박심(朴心)을 돌리기 위한 대대적인 홍보전에 나선 형국이다.

이처럼 미디어법과 세종시 논란을 통해 박 전 대표의 정치적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이를 통해 박 전 대표와 친박진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친박 내부에서도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두고 있는 박 전 대표가 세종시 논란 때문에 너무 일찍 정치 전면에 나섰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다음 대선까지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지금의 '박근혜'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자칫 '여당 내 야당으로 발목을 잡는다'는 인상을 주는 것도 박 전 대표에게는 부담이다. 세종시 수정이 자신의 반대로 무산될 경우 여당은 엄청난 내홍에 빠질 수도 있다. 세종시의 결론이 어떻게 날지가 박 전 대표에겐 첫 시험대다.

구동회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