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회 회의장에서 연말을 나고 있다.

민주당의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 점거농성이 8일째로 접어든 24일. 국회 밖은 성탄절을 맞아 들뜬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지만 농성장에서 밤을 새는 민주당 의원들의 한숨 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5개조로 나눠 예결위 회의장을 지키다보니 연말 쉴새 없이 이어지는 각종 망년회와 모임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 한 다선 의원은 "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인지도가 낮은 초선 의원들의 조바심은 더 심하다.

한 초선의원은 "농성 당번일 때는 저녁에 밥을 먹지 않고 재경 향우회와 동문 모임을 돌아다닌다"며 "그렇게 해서 한 30-40곳을 다녔다"고 말했다.

농성의 장점도 있다.

한 의원은 "연말 망년회에 가면 폭탄주 때문에 괴로운데 농성해서 못간다고 하면 지역구에서도 다 이해를 해준다"며 "농성이 의원들의 건강에는 좋은 측면도 있다"고 했다.

예결위 회의장에 기도 소리가 울려퍼지는 것도 농성이 가져온 진풍경이다.

민주당 기독교 신우회 소속 의원 10여명은 23일 예결위장에 모여 함께 당과 예산을 위해 기도했다.

"국민에게는 복지, 당에는 평화", "여야 합의로 예산 타결되기를"이라는 목소리도 들렸다.

각 시도에서 공수해온 팔도 음식도 농성장에서나 접할 수 있는 또다른 `혜택'이다.

예산투쟁을 진두지휘하는 이강래 원내대표는 남원 추어탕을, 조배숙 의원은 익산 마로 만든 약밥을 대접했고, 평소 손이 크고 넉넉하기로 소문난 이윤석 의원은 연말 무안에서 한우와 낙지, 홍어를 가져올 예정이다.

하지만 동장군이 동반한 건조한 공기 속에서 한기가 올라오는 찬 바닥에서 잠을 자는 탓에 몸살 감기에 걸린 의원들도 속출하고 있다.

우윤근 원내 수석부대표는 스트레스성 장염으로 링거를 맞기도 했다.

예결위장 건너편인 본회의장 정문 앞에서 미디어법 재논의를 위한 농성을 벌이고 있는 천정배 의원은 "땅바닥에서 오랫동안 자다보니 어느새 오늘 날씨가 어떤지 , 국회 청소시간은 언제인지 정도는 알 수 있게 됐다"며 "그러나 아직까지는 편하고 좋다"고 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k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