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조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은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전날 소득세 · 법인세 인하를 2년 유보한 데 대해 "현 정부의 감세정책 기조가 후퇴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 의장은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민주당은 감세 폐지를 주장해왔지만 원칙적으로 감세정책은 그대로 갈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다만 경제위기로 인한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재정건전성의 악화를 우려한 여야 의원들의 심사숙고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30.1%였던 국가채무가 올해 35.6%로 높아진 데 따른 우려가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소득세 최고구간 세율 인하 유보는 일찌감치 여야와 정부 간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던 만큼 어느 정도 예정됐던 결과다. 하지만 법인세의 경우 정부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법인세 감면을 의욕적으로 추진해왔다는 점에서 정부의 감세기조에 제동이 걸리는 것은 물론 정책 신뢰성에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해 김 의장은 "정부가 임시투자세액공제 폐지를 추진해왔지만 갑작스러운 임투세 공제 폐지는 기업에 큰 부담을 줄 것이라는 (국회의) 의견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조세소위에서 확정된 세법 개정안을 적용할 경우 세입이 1조원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정부의 감세 기조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여야가 임투세액공제 부분 연장에 합의하면서 법인세 인하 고수를 주장해온 여당 내부 분위기가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임투세 공제를 연장하는 마당에 법인세 최고세율까지 인하하면 '부자 감세'라는 비판이 가중될 것이라는 부담도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일부 여권 인사들은 법인세 인하 유보로 인한 후폭풍이 작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여당이 다수이면서도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지 못함에 따라 정부 정책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게 됐다. 김 의장은 "기업투자 확대를 위한 감세기조에는 변화가 없다"면서 "지금은 경제위기로 인한 특수상황으로 봐야 하며 2년 뒤에는 다시 법인세 추가 인하가 예정대로 추진된다"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