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유력후보로 거론..30대그룹 중 20곳 "상황보고 결정"

정부가 내달 11일 세종시 대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새로운 대기업이 하나 세종시에 올 것"이라고 한 정운찬 총리의 최근 언급이 산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대기업들은 공식적으로는 이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거나 손사래를 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각종 '당근'을 내세워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이어서 유력 대기업의 이전 가능성이 계속 거론되고 있다.

유력 재벌그룹 대다수는 정부의 확정된 세종시 대안을 보고 인센티브에 따라 입장을 정하겠다는 방침이기 때문에 세종시 대안이 발표되면 기업들의 세종시 투자 움직임도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30대 그룹 중 20곳 '상황보고 결정' = 연합뉴스가 30대 그룹을 대상으로 파악해 본 바에 따르면 4대 재벌그룹을 포함한 20곳이 '추후 상황을 지켜보고 결정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반면 '메리트가 없어 이전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한 기업은 10곳에 그쳤다.

이는 기본적으로 '돈이 되는 사업'을 하는 주체인 기업들이 정부가 제시하는 '당근'에 따라서는 세종시 투자에 나설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재계의 한 소식통은 22일 "정부가 세종시의 땅을 평당 40만 원대로 공급한다면 대다수 기업은 부동산 투자 차원에서라도 관심을 가질만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어떤 인센티브를 최종안으로 확정할지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각종 세금 면제나 저렴한 토지공급 등의 혜택이 제공된다면 기업들이 세종시 이전에 매력을 느낄 것이라는 얘기다.

이전설이 거론되는 한 대기업 관계자는 "그런 문제는 최종단계에 가봐야 알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해 세종시 투자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놓고 '저울질'을 계속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 대기업들 일단 '손사래'..삼성은? = 대기업들이 세종시 이전 문제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삼성그룹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최대 재벌그룹이라는 상징성이 있는 데다가 최근 계속되는 이건희 전 회장의 사면설과 맞물려 정부와 모종의 '빅딜'이 이뤄질 지 모른다는 주변의 관측 때문이다.

특히 정 총리가 지난 19일 청주지역 시민사회단체장 오찬간담회에서 "새로운 대기업이 하나 올 것이라고 말씀드린다"고 발언한 이후 삼성이 주목받고 있다.

삼성은 신수종 사업으로 '바이오 시밀러' 등 의약분야 사업을 추진 중이고, 이런 분야가 세종시로 갈 공산이 크다는 일각의 분석과 닿아 있어서다.

그러나 삼성 측은 여전히 세종시 이전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만한 것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정부의 세종시 실무기획단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 "정부가 특정 조건을 놓고 특정기업과 협상한 바는 일절 없음을 분명히 알린다"며 "입주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는 개별기업과 협상을 통해 정해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른 재벌그룹들도 외견상으로는 세종시 문제에 발을 담그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지난달 정몽구 회장이 전경련 만찬 자리에서 밝힌 입장을 근거로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현재로서는 현대기아차의 본사나 연구소 등을 이전하는 계획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LG그룹 역시 그룹 차원에서 8조원이 투자되는 거대 프로젝트인 파주 디스플레이단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세종시 투자를 본격 검토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했고, SK그룹 관계자도 "아직 검토한 바 없다"고 말했다.

맥주공장 설립 가능성이 거론됐던 롯데그룹도 "정 총리가 언급한 1개 대기업이 우리는 절대 아니다"라며 세종시의 콘셉트인 '첨단과학벨트'와 자사의 주요 사업군이 어울리지 않는 점을 강조했다.

삼성과 더불어 세종시 이전 문제와 관련해 유력 후보군에 속하는 포스코는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은 단계여서 결정된 바가 없다"며 "추후 상황을 지켜보고 이전 여부와 규모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 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