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 및 노조 전임자 문제에 관한 노동관계법을 둘러싼 정치권의 대치가 연말정국을 강타할 또 다른 `시한폭탄'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세종시와 4대강 예산에 가려 있었지만 연말까지 개정안이 마련되지 못하면 내년 1월부터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 금지가 전면 시행되면서 큰 혼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권은 복수노조 허용의 2년6개월간 유예 등을 골자로 한 `노사정 합의안'을 반영해 개정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야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민주당 소속 추미애 의원이 위원장인 환노위에서 법안 처리에 제동이 걸린 것을 우려하면서 대응책을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안홍준 제1사무부총장은 "환노위에서 안되면 직권상정이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조해진 대변인이 전했다.

이런 강경 기류는 전날 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 정정길 청와대 대통령실장, 정운찬 국무총리 등이 당정청 회동을 갖고 `노사정 합의'를 존중해 노동관계법을 연내 처리하자고 의견을 모은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민주당은 노동권 확보 차원에서 복수노조를 즉각 허용해야 하고 노조전임자 임금을 노사 자율에 맡겨야 한다며 `노사정 합의안'에 반발하고 있다.

정세균 대표는 이날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등 경제단체장과 면담한 자리에서 "이해관계자들이 대부분 참여하는 노사정 기구나 국회 내 논의기구를 통해 합의안이 도출됐으면 좋겠다"며 `노사정 합의안'을 에둘러 비판했다.

환노위 간사인 김재윤 의원도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복수노조와 전임자 문제는 국제적인 기준과 원칙이 있는데 원칙을 버리도록 강요하거나 민주당과 야당이 들러리를 서도록 강요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여야간 끝내 절충이 안돼 한나라당이 법개정을 강행할 경우 환노위와 본회의에서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여야 모두 개정안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는 부담이 커 막판 합의 가능성은 남겨져 있다.

추 위원장 및 환노위 여야 간사와 임태희 노동부 장관을 비롯해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민주노총, 한국노총의 대표들은 22일 국회에서 `다자협의체'를 본격 가동하며, 환노위는 이날 노동관계법을 전체회의에 상정해 본격적인 심의에 착수한다.

환노위에서 극적인 합의가 이뤄질 경우 복수노조 허용의 유예기간을 `노사정 합의안'의 2년6개월에서 단축하고 `타임오프제'를 둘러싼 갈등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