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에서 열린 제15차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가 실패로 돌아간 이유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간극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이끄는 선진국 그룹과 중국과 인도,아프리카로 대표되는 개도국 그룹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부터 개도국에 대한 재정 지원,감축 실천의 감독 방식 등 핵심 쟁점에서 평행선을 달렸다. 특히 세계 1,2위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과 미국은 총회 기간 내내 사사건건 충돌을 빚으며 선진 · 개도국 간 갈등의 기폭제가 됐다.

총회 개막 전만 하더라도 미 · 중 두 나라는 각자 감축 목표안을 내놓으며 총회에 대한 희망을 키웠다. 미국은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정부 규제를 받는 유해물질로 규정해 자국 내 온실가스 규제의 근거를 마련했다. 또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2005년 대비 17~20% 줄이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중국도 2020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단위 기준당 이산화탄소 배출을 2005년 대비 40~45% 감축한다는 내용의 온실가스 억제 계획을 사상 처음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막상 총회 테이블에 앉자 두 나라는 이른바 '초안 전쟁'을 벌이며 날선 대립을 지속했다. 총회 이틀째였던 지난 8일 미국을 비롯해 영국 덴마크 등 선진 3개국이 작성한 초안이 유출된 게 갈등에 불을 붙였다. 이 초안에서는 UNFCCC의 192개 회원국이 2050년까지 세계 온실가스 배출을 1990년 대비 50% 줄이는 데 동의해야 하며,선진국과 개도국 모두 2020년까지 배출 상한선을 지정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또 선진국은 내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매년 100억달러의 온난화 대처 지원금을 제공하며 이는 개도국에 앞서 최빈국과 기후변화 취약국에 우선적으로 배정한다고 적시했다. 현행 교토의정서에는 개도국에 감축 의무를 지우지 않고 있다. 이에 맞서 중국과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등 4개국은 선진국에 온실가스 배출을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40% 이상 감축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자체 초안을 내밀었다.

주요 의제였던 개도국과 기후변화 취약 빈곤국에 대한 재정 지원에 대해서도 끝내 합의를 보지 못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총회 폐막 하루 전인 17일 "2020년까지 연간 1000억달러를 개도국 원조금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선진국들의 움직임에 동참하겠다"고 밝히며 막판 합의 가능성을 높였다. 선진국이 기존에 주장한 '2010~2012년 연간 100억달러 지원'에서 규모를 크게 키운 것이다. 하지만 "선진국의 재정 지원은 온실가스 감축 제3자 검증 등 개도국의 투명한 협조가 선행될 때에만 가능하다"는 조건을 내건 데 대해 개도국은 "기존 선진국의 입장과 달라진 게 무엇이냐"며 크게 반발했다.

18일 코펜하겐에 도착한 직후 회의에 합류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할 때"라며 "각국은 감축 이행을 검증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어떤 결과가 나오든 우리는 목표를 달성하고 심지어 초과하기 위해서도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