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8일 유엔 기후변화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덴마크 코펜하겐 벨라센터 회의장 단상에 다시 올라섰다. 이 대통령은 연설에서 우리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 기조를 설명하고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각국의 행동을 촉구했다. 17일 총회 기조연설에 이어 '앙코르 연설'을 한 것이다.


이 대통령의 연설은 환경건전성그룹(EIG) 국가 정상 대표 자격으로 이뤄졌다. EIG는 2006년 정래권 기후변화 대사의 제안에 따라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내에 구성된 그룹으로 선진국과 개도국 간 교량 역할을 하고 있다. 당초 계획에는 없었지만 이 대통령이 코펜하겐에 도착한 후 요청을 받아 이뤄진 것이다. 110여개국 정상이 참석한 이번 총회에서 두 번 연설한 경우는 이 대통령이 유일하다.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우리의 기후변화 협약에 대한 선제적 대응과 이 대통령의 선진국 · 개도국 간 적극적인 중재 역할이 지구촌 정상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아 두 번 연설 기회를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연설에서 "EIG는 무엇보다 '나부터'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기후변화에 대한 적극적 대응이 새로운 발전 패러다임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경우 저탄소 녹색성장을 새 국가 비전으로 삼아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2%를 녹색기술 개발과 인프라 구축에 투입토록 했다"며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자체를 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동력으로 삼으려는 전략이다. 이 같은 노력은 범세계적으로 공유,확산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지구의 대체재는 없다. 위기에 처한 지구를 구하기 위한 행동을 대체할 것도 없다"며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줄 것을 호소했다. 이 대통령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하토야마 일본 총리와 별도로 만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선진국 재원 조달 방안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현지 언론인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 인터넷판과 정치 블로그 '허핑톤 포스트' 등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2020년 배출 전망치(BAU) 대비 온실가스를 30% 감축할 것이라는 한국의 계획을 소개하며 "우리 목표는 무조건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아시아 속담을 인용하자면 '십시일반(十匙一飯)'이다. 코펜하겐 협상에 참여한 모든 국가가 '한 숟갈'이라도 보태고 '나 먼저'라는 자세를 가진다면 우리는 이런 방대하고 중요한 도전을 극복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코펜하겐=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