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4대강 의제삼으면 받아들이기 힘들것"

한나라당 정몽준(MJ) 대표가 16일 정국타개책으로 전격 제안한 `대통령+여야대표 회담'을 놓고 여권 내부에서 미묘한 갈등기류가 표출되고 있다.

정 대표가 17일 회담 성사를 위한 여야의 전향적 자세 전환과 생산적 대화를 주문했으나 일각에서 조율 없는 섣부른 제안으로 상황만 꼬이게 됐다는 비판여론이 나오고 있다.

특히 청와대와 일부 친이계 인사들은 민주당이 4대강 예산 삭감 주장을 꺾지 않는 상황에서 회담이 열릴 경우 결국 이명박 대통령이 모든 책임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우려하며 회담 자체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회담이 회담을 위한 회담이 되지 않을까, 그래서 제대로 성사될까 걱정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면서 "여야 모두 이번 회담에서 진심을 다해 충분히 대화하고 상대편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계기로 만들어야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당은 이 대통령이 5년 단임제 대통령으로서 개인이나 한나라당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역사적 평가를 의식해 추진하는 국가적 사업에 대해 최소한 협조와 배려를 해주기를 민주당 정세균 대표에게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정 대표 측근인 전여옥 전략기획본부장도 "정 대표의 제안에 대해 대부분 대화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면서 "여러 의견이 있겠지만 대화를 하는 게 정치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고, 가장 자연스러운 도구임을 인정할 것"이라며 회담 개최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친이(친이명박)계 장광근 사무총장은 "생산적 회담이 될 수 있도록 의제와 시기에 대한 여야간 심도있는 조율이 필요하다"면서도 "정국 현안의 공을 이 대통령에게 넘겨 최종 해법을 요구하는 회담이 돼서는 안된다.

예산 문제나 4대강 사업에 대해 이 대통령의 해법 제시를 요구하는 것은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민주당이 4대강 예산을 의제로 삼을 것이 뻔한 상황에서 민주당 의제로는 회담을 열기 어렵다는 입장을 우회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립 성향의 김성조 정책위의장도 "여야 영수회담에서 예산이나 4대강 사업을 다루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거들었다.

청와대는 공식 반응을 삼가고 있지만 내부에선 `사전조율 부재'에 대한 불만이 나오고 있다.

특히 민주당이 4대강 예산 등을 의제로 요구할 경우 이 대통령이 여야 대표를 만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무라인 관계자는 "4대강 예산처럼 국회에서 할 일을 청와대로 갖고 온다면 국회에서의 정쟁이 청와대로 오게 된다"면서 "그렇게 되면 생산적인 회담이 되지 못하는 만큼 청와대에서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 고위 관계자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통령이 이번 주말 코펜하겐을 갔다와서 검토에 들어가면 시간이 한참 더 걸릴 것 같다"면서 "기본적으로 예산 문제는 여야간에 다룰 문제이지 대통령 앞에서 다룰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심인성 이승우 기자 sims@yna.co.kr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