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남북관계는 사실상 북핵 상황과 연계되면서 몇차례 반전의 기회가 마련되는 듯했으나 결과적으로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채 해를 넘기게 됐다.

다만 북한이 남쪽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2차 핵실험을 강행하는 등 최악의 상황이 상반기에 연출됐다면 하반기에는 북한의 대남 평화공세가 이어지면서 변화의 가능성을 남긴 것이 인상적이었다.

북한은 새해가 밝자마자 1월17일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이 명의로 대남 '전면적 대결태세 진입'을 발표했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도 같은달 30일 남북간 정치군사적 대결상태 해소와 관련한 합의의 무효화를 선언했다.

북한은 미국의 오바마 정부와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더욱 강렬한 도발에 나선다.

국제사회의 강력한 경고속에서도 4월 장거리 로켓 발사를 한데 이어 5월25일에는 결국 2차 핵실험을 강행한 것이다.

북한은 지난 5월15일엔 개성공단 관련 법규 계약을 무효화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지난 6~7월에는 3차례에 걸쳐 개성공단 실무회담이 개최됐으나 이렇다할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

다만 이 당시 흘러나왔던 남북 해외공단 공동시찰은 이후 남북간에 접점을 마련하면서 연말에 실천됐다.

그러던 북한은 8월들어 갑작스런 평화공세 나섰고, 남북관계도 아연 활기를 되찾는듯했다.

2012년을 강성대국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북한의 전략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 주로 나왔다.

우선 북한은 남북관계 차단조치로 작년 12월 시행한 `12.1 조치'를 전면 해제해 육로통행 및 체류와 관련한 제한을 풀었다.

그리고 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의 평양방문 직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평양으로 초청, 억류 근로자 유성진씨를 석방했다.

개성공단에서 일하던 현대아산 근로자 유성진씨가 북한 체제 비방 등의 혐의로 체포된 것은 3월30일이었다.

세차례의 개성공단 실무회담에서도 유씨의 석방 문제가 가장 큰 현안이었으나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그런데 현정은 회장이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하더니 금세 풀려난 것이다.

특히 현정은 회장은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올해 추석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 및 금강산 관광 재개 등 5개항의 교류 사업에 합의했다.

합의 사항은 ▲금강산 관광의 조속한 재개와 비로봉 관광 개시 및 북측의 관광에 대한 편의와 안전 보장 ▲육로통행과 체류 관련 제한 해제 ▲개성관광 재개와 개성공업지구 사업 활성화 ▲백두산 관광 개시 ▲추석 때 남북 이산가족 상봉 등이다.

북한은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를 맞아 김기남 비서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조문사절단으로 파견했다.

그리고 12.1 조치 해제발표를 사절단 파견을 앞둔 시점에 발표해 그들의 메시지를 극대화했다.

북한의 조문사절단은 현인택 통일장관은 물론 청와대를 찾아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했다.

남북간의 '제한된' 화해무드 속에 9월말에는 금강산에서 추석계기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개최되기도 했다.

북한은 이후 현대를 통해 금강산.개성 관광 재개를 위한 당국간 회담을 제의했으나 정부는 '민간기업을 통한 회담 제의는 공식 제의로 보지 않는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은 9월21일 뉴욕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하되 '과감하게 협상하자'는 메시지가 담긴 북핵 일괄타결 방안인 '그랜드바겐' 추진 의사를 밝혔다.

그뒤 북한은 10월에 개최된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에서 우리측에 인도적 지원을 요청했다.

정부는 이후 옥수수 1만t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으나 북측은 이를 '속통좁은 처사'라며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 주목할 만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10월들어 정부 고위관계자가 베이징(北京)에서 북측 당국자를 접촉했다는 관측이 제기된 가운데 갑자기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베이징에 나타난 것이다.

이후 많은 소문이 떠돌았다.

북한에 정통한 소식통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남북한의 책임있는 당국자들이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물밑 접촉'을 가졌으나 뚜렷한 진전을 도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문제는 향후 북핵 문제 진전상황과 북한의 내부 동향 등을 감안하면 여전히 '가능성의 영역'이라는게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일각에서는 내년 지방선거 뒤에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연말 분위기는 여전히 신뢰가 부족한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줬다.

특히 11월10일 발생한 '대청해전'은 남북한에 감도는 '전운'의 실체를 체감케했다.

제1,2차 연평해전에 이어 7년여만에 남북간 교전이 벌어진 것이다.

12월8일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방북으로 북핵문제는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그리고 이는 남북관계에도 일정한 파장을 드리웠다.

북한의 6자회담 복귀와 비핵화 의지 천명 여하에 따라 남북관계가 새로운 전환의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게다가 북한에 신종플루 치료제를 지원하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치료제 50만명분이 곧 북한에 제공된다.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통해 남북관계의 해빙 속도가 어쩌면 빨라질 수도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것을 보면 새해 남북관계는 어려운 가운데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국면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ksw08@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