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양국은 6자회담이 재개될 경우 평화협정을 포함한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는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참여하는 '4자대화'를 가동, 논의하기로 양해한 것으로 13일 알려졌다.

북핵 현안에 정통한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양측은 스티븐 보즈워스 특사의 방북을 계기로 열린 양자대화와 직전의 협의에서 6자회담이 재개되면 비핵화는 2005년 9.19 공동성명의 정신에 입각해 해결하는 한편 평화체제 문제는 4자대화에서 다루기로 공감했다.

평화체제 문제를 4자대화에서 논의하기로 한 것은 2000년 10월 북한 조명록 특사가 워싱턴에서 빌 클린턴 대통령을 접견한 뒤 양국이 공동 발표한 조.미 공동코뮈니케 내용을 재확인하는 것이어서 지난 9년전 민주당 정권이었던 클린턴 정부와 북한과의 합의가 되살아난다는 의미가 있어 보인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보즈워스 특사와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의 회담에서 6자회담이 재개될 경우 평화체제와 관련해 4자회담을 가동하자는데 양해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평화협정 논의를 북미 대화가 아닌 4개국간 대화에서 하자고 한 것은 북한이며, 미국이 이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2000년 10월 북한의 조명록 인민군 차수가 김정일 국방위원장 특사 자격으로 방미했을 때 합의한 `조미공동코뮈니케'는 "조선반도에서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1953년의 정전협정을 공고한 평화보장체계로 바꾸어 조선전쟁을 공식 종식시키는데서 4자회담 등 여러가지 방도들이 있다는데 대하여 견해를 같이했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2005년 제4차 2단계 6자회담에서 채택된 9.19 공동성명에도 "직접 당사국들은 적절한 별도 포럼에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을 가질 것"이라는 표현이 담겨있다.

이와 관련, 보즈워스 특사는 지난 10일 방북후 가진 서울 기자회견을 통해 " 6자회담 6개 당사국들은 한반도에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언젠가 대체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며 "일단 6자회담이 재개되고 비핵화에 대한 논의에 추진력이 생기면 우리 모두 한반도 평화체제를 논의할 준비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북.미 양국은 또 평화체제 논의와는 별개로 비핵화 문제는 9.19 공동성명에 기초해 풀어나가야 한다는데 공통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보즈워스 특사는 지난 9일 강석주 제1부상과 한차례 2시간 동안 회동했으며 이 자리에서 비핵화 문제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뜻이 담긴 친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친서에서 한반도의 비가역적이고 검증가능한 비핵화가 6자회담 재개의 근본과제라는 뜻을 강조하고 ▲북한이 비핵화에 나설 경우 미국은 9.19 공동성명에 따라 모든 요소(평화협정, 관계정상화, 경제지원 등)를 완전 이행할 것이며 ▲비핵화에 진척이 없을 경우 이 같은 요소의 이행이 장애를 받게된다는 점을 분명히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보즈워스 대표가 친서와 관련해 우리에게 얘기한 게 없다"고 말했고, 다른 당국자는 "방북시 친서를 전달했는지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다"면서 "만약 친서가 있었다면 내용은 보즈워스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보즈워스 특사와 강 제1부상의 회동과 관련, "두 사람의 회동은 2시간 가까이 이어진 것으로 안다"며 "만난 시간만 따지면 보즈워스 대표가 김 부상과 만난 시간이 더 길 수도 있지만 강 제1부상과 충분한 시간을 두고 협의했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방북 기간 보즈워스 대표를 비롯한 미국 대표단은 평양의 영빈관인 백화원초대소에서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노효동 유현민 기자 lwt@yna.co.krrhd@yna.co.krhyunmin6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