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국무총리가 2일 세종시 수정추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정 총리는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오늘은 여러분 앞에 발가벗은 심정으로 솔직한 생각을 말씀드리고자 한다"고 운을 뗀 뒤 "행정부처 이전으로 국가경쟁력을 저해할 것이 아니라 융합과 시너지를 통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정안의 핵심인 9부2처2청의 중앙행정 기관 이전을 백지화하겠다는 의사를 거듭 내비친 셈이다.

패널들이 '수정 추진이 약속을 깨는 것 아니냐'고 묻자 정 총리는 "약속은 중요하다. 그러나 약속한 것이 미래 발전에 저해된다면 국민의 양해를 구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과학비즈니스벨트의 세종시 유치 추진에 대해선 "세종시에 과학비즈벨트를 설치하면 오송 대덕 등과 함께 공항 인프라까지 생각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더 담아야할 것이 대학,연구소,기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세종시 발전방안이 나오면 열심히 뛰려고 한다. 연기,공주 대전에도 가고 지역언론이 우리 안을 지지하도록 만들 것이다. 야당에도 협조와 이해를 구하려 노력하겠다"고 했다.

'세종시 계획이 무산되면 사퇴하나'는 질문에 "나는 자리에 연연하는 사람이 아니다. 이 질문에 어떤 답을 하더라도 일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답하지 않겠다"고 피해갔다.

'취임 전 대통령에게 할 말은 하겠다고 했는데 실천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정 총리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할 말은 많이 하고 있다"며 "나는 '예스맨'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대통령에게 4대강 사업의 규모와 속도에 대해 여론이 비판적이다(고 얘기했고),세종시 문제에 대해서도 안(案)을 언제까지 낼지,그리고 그 형식과 내용에 대해서도 드릴 말씀은 드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이 대통령에 대해 "밖에서 보면 고집이 센 것처럼 보이지만 제가 관찰한 바로는 아주 개방적이고 소탈한 분"이라며 "안 듣는 척하면서 듣는 분"이라고 평가했다.

대권 도전 가능성에 대해 "총리된 지 2개월 됐는데 다른 생각을 어떻게 하겠느냐"면서 "저는 훌륭한 총리로 역사에 남고 싶다. 저를 아는 많은 분들도 훌륭한 총리가 돼라고 기대하고 있지 정치에 대해 기대는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종시 총리'라는 지적에 대해 "마치 제가 세종시 총리처럼 부각되는 데 대해서는 반론을 제기한다"면서 "제가 이런저런 갈등을 불러일으켰는지 모르겠으나 단기적 갈등과 혼란은 장기적 화합이 온다면 감수해야 할 비용일 수 있다. 후회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