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를 가진 후 청와대 참모들의 반응은 두갈래로 갈려 있다.

청와대는 세종시 수정과 4대강 사업의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는 계기가 됐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반면 "그동안 우리는 뭐했나"라는 반성의 목소리도 동시에 나온다. 박선규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세종시 문제나 4대강 살리기 등 각종 현안에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던 국민에게 상당한 이해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부분에서는 나름대로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아쉬운 부분은 이 대통령이 나서기 전에도 그런 내용(세종시 수정 및 4대강 효과)들이 왜 제대로 전달이 안 됐을까 하는 것이다. 여론조사를 해 보니 세종시 수정과 4대강 살리기 내용 중 이 대통령으로부터 처음 듣는 게 적지 않았다는 반응이 많았다"며 "홍보가 미흡했다. 반성한다"고 했다. 청와대의 한 참모도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세종시 수정에 대해 기초적인 사실조차 처음 들었다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소통의 기회를 많이 가지도록 하겠다"고 자성했다.

그간 나라의 기틀과 관련된 이런 중대한 국정 현안들의 논의 과정을 살펴보면 국민들이 왜 실체를 잘 몰랐는지 알 수 있다. 제대로 된 공론의 장을 가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청와대 책임론을 들 수 있다. 세종시의 경우 본격적으로 논란에 불이 붙은 것은 지난 9월 초 정운찬 총리가 내정되면서다. 정 총리는 내정 직후 "충청도 분들에게 섭섭지 않게…"라며 세종시 원안 수정을 기정사실화했다. 그럼에도 두 달 가까이 청와대는 커튼 뒤에 있었다.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 여론의 흐름을 보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물론 청와대는 이미 '밑그림'은 그려놓고 여론이 무르익기를 기다린 것이다. 때문에 설들만 난무,세종시의 실체에 대해 국민들은 헷갈릴 수밖에 없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이 된 후 세종시 수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결심을 했다고 고백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좀 더 일찍 움직이지 못했다. '타이밍 조절'이라는 정략이 개입됐다면 정치적 차원에서 유불리를 따지지 않겠다는 이 대통령의 지론을 청와대 스스로 어긴셈이다.

정치권도 매 한가지다. 세종시 수정 반대에 대한 논리를 찾기 힘들다. 한번 약속했으니까 지켜야 한다는 정도가 고작이다. 정파적 이해에 따른 감정적이고 격정적인 말들의 배설이 있을 뿐,진정한 의견 나눔의 장은 없다. 건강한 토론은 사라지고 말과 말이 부딪치며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오는 게 현실이다. 4대강 사업의 경우 야당에선 소속 지자체장들이 이 대통령에게 찬사를 쏟아냈다고 해서 자중지란이 일었다. 여당은 세종시 문제를 놓고 친이-친박으로 나눠 신경전을 벌이고 있지만 이를 수습할 리더십은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과의 대화 이후 대결 구도는 더 가파르다. 민주당은 장외 투쟁에 나섰다. 예상대로다. 결국 정부는 수정안을 강행하고 야당은 투쟁의 강도를 더 높일 것이다. '국가 백년대계'를 외치지만 행동은 그 반대로 가고 있다. 정부가 이달 중순 세종시 수정안을 내놓는다고 한다. 공청회,토론회 계획을 잡고 있다. 정치권도 정치적 계산을 잠시 접고 반대하든 찬성하든,무엇이 옳은지 따져 보며 교집합을 찾는 노력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뺄셈이 아닌 덧셈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홍영식 정치부 차장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