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천연자원의 보고인 아프리카를 잡기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일본은 휴대폰 하이브리드카 등 첨단제품의 핵심재료인 희귀금속 확보를 위해 아프리카 자원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으며 2조달러가 넘는 세계 최대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는 중국은 원조를 앞세워 아프리카를 유혹하고 있다. 최근엔 인도와 러시아까지 아프리카에 '러브 콜'을 보내고 있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지난 8일 이집트에서 열린 중국 · 아프리카협력포럼(FOCAC)에 참석,향후 3년간 100억달러의 양허성 차관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3년마다 열리는 FOCAC는 이번이 4번째다. 중국은 3년 전엔 베이징으로 아프리카 48개국 정상들을 초청,50억달러의 원조를 약정하고 13억달러에 이르는 31개 아프리카 국가들의 부채를 탕감하거나 유예해줬다. 또 이달 초 원 총리를 수행한 천더밍 상무부 부장(장관) 등은 2000명의 농업기술자 육성 및 태양광 발전을 비롯한 청정에너지 프로젝트 100여건 등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아프리카 국가에 부족한 사회간접자본(SOC)을 중국의 인력 · 장비로 건설해주는 대신 석유 · 가스개발권을 따내는 이른바 '패키지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젊은 아프리카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중국식 사회주의를 심는 외교도 펼치고 있다. 일본은 희귀금속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희귀금속 미개발 광산이 많은 아프리카의 광산 주변 인프라 정비 사업에 엔 차관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자국 기업 진출을 돕고 있다. 올해는 미쓰이 등이 추진 중인 아프리카 서부 부르키나파소를 포함해 10건이 대상으로 선정됐다.

인도도 지난해 인도 · 아프리카 정상회담을 열고 50억달러의 차관과 수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하는 등 아프리카 자원확보 경쟁에 가세했다. 자원부국 러시아도 아프리카로 달려가고 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6월 나이지리아 나미비아 앙골라 등을 순방하며 핵에너지와 가스개발 및 석유탐사 협정을 체결하는 자원외교 행보를 보였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19세기 서구 열강이 앞다퉈 진출했던 '검은 땅'이 지금은 아시아 거인들의 결투장이 됐다"고 전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