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예산심의가 표류하면서 자칫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예산처리가 늦어지면 재정 집행이 늦어질 수밖에 없고 이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과 저소득층에 돌아갈 것이라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16일 정부에 4대강 사업 예산의 구체적인 내역 제출을 요구하며 '예산 심의 보이콧'을 이어갔다. 국토해양위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4대강 예산의 세부 내역이 제출되지 않으면 예산 심의 자체를 할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은 오후에 국토해양부가 제출한 4대강 예산의 공구별 예산 내역에 대해서도 '구체성이 떨어지고 사업 내용을 알 수 없다'며 공세를 풀지 않았다.

환경노동위와 농식품위에서도 4대강 관련 예산은 심의를 보류하기로 했다. 문방위에서도 미디어법 재개정 논의를 위한 협의채널을 본격 가동해야 예산 심의에 착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은 오는 12월9일까지는 예산 처리를 마쳐야 한다며 맞섰다.

예산안 심의 일정이 불투명해지면서 내년 예산의 중점 지원 대상인 서민층에 직격탄이 우려된다. 내년 복지예산은 올해보다 8.6% 증액된 81조원.보건복지가족부는 이 중 기초생활 생계급여 예산을 올해 본예산 대비 0.1% 증액(2조4492억원)했다. 경기 침체로 최저생계비 이하의 절대빈곤층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예산 통과가 늦어질 경우 기초생활급여,구직급여 등에 의지하는 저소득층의 생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

소득하위 70% 이하 가구의 둘째 아이부터 무상보육을 실시하는 등 내년부터 실시될 복지대책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대학생이 재학 중 등록금 걱정 없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도 예산 없이는 시행이 어렵다. 정부는 수도권에 저렴한 보금자리주택을 확대공급하기 위해 올해보다 43% 증액한 8조800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지만 이 역시 집행이 불투명해질 수 있다.

정부의 일자리 대책 역시 집행이 시급한 상황이다. 정부는 내년도 공공부문에서 직접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올해보다 2조7000억원 늘어난 3조5000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자금 역시 10월 말 현재 93.5% 사용해 기업의 자금난 또한 우려된다.

예산결산특위 한나라당 간사인 김광림 의원은 "지난해 국회는 12월13일 예산안을 의결한 후 국비 교부결정과 자금배정 모두 올초 완료해 재정 조기 집행이 이뤄졌다"며 "덕분에 세계적 위기를 빠르게 벗어나고 있지만 4분기부터 '경제 땔감'이 부족해지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