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준의 한국정치 미국정치] (12) 높아진 國格 실감한 동유럽여행

전직 미 연방의원연합회가 매년 주최하는 해외여행으로 동유럽의 5개국을 다녀왔다. 런던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헝가리의 부다페스트에 도착,공항에서부터 시내 호텔까지 가는 길 곳곳에 보이는 삼성의 광고를 보고 너무 반가웠다.

바람에 펄럭이는 '삼성'을 보다가 문득 48년 전 낯선 미국 땅에 처음 발을 들여 놓았을 때 나를 찢어지게 가난한 나라의 거지 유학생으로 대하던 요시오라는 일본 유학생 생각이 났다. 소니 광고가 붙어 있던 자리에 삼성 광고가 대신 자리한 이 모습을 그에게 보여주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기 힘들었다.

부다페스트는 아름다운 도시다. 부다와 페스트로 갈라진 이 도시는 특히 다뉴브 강 건너 부다라는 부자동네가 더 아름다웠다. 부다성과 영웅광장 등 역사적 명소들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냈다. 그 조그만 동네가 온통 관광객으로 꽉 차 있어 과거 선조들이 남겨놓은 문화 유산으로 먹고 사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서울은 고층건물이 빼곡하고 최첨단 기술로 가득 찬 미래를 먹고 사는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타이어가 헝가리를 먹여 살리는 몇 개 대기업에 속한다는 말에 공연히 내 어깨가 으쓱해졌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문화 음악의 도시 빈에도 들렀다. 이 곳에는 한국인이 2000명 정도 거주하는데 1000명은 현지 한국기업 주재원이고 나머지 1000명은 음악을 전공하는 유학생들로 수많은 음악원마다 한국 학생들이 없는 곳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한국인들은 미래의 대 음악가들은 한국에서 탄생할 것이란 얘기를 내게 들려줬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체코공화국의 수도 프라하였다. 세계적 관광도시의 명성 그대로 관광객이 들끓고 소매치기가 판치는 도시였다. 과거 선조들이 지어 놓은 건물들을 다시 단장해 그 관광 수입으로 짭짤하게 돈을 버는 나라다. 현대 삼성 LG 광고판들이 여기저기 보였다.

현대자동차도 여러 곳에서 눈에 띄었다. 호텔에서 TV 채널을 돌리다 한국말이 들리기에 소스라치게 놀라기까지 했다. 한국 TV 프로그램이 체코 수도에서 24시간 생방송된다는 게 너무 자랑스러워 일행에게 모두 알렸다.

워싱턴으로 돌아오기 위해 런던의 히드로공항에서 대기하던 중 곳곳에 있는 삼성 TV에 사람들이 몰리기에 무슨 일인가 했더니 아프간 경찰의 총에 죽음을 당한 영국 군인들의 장례 행렬을 생방송하고 있었다. 남편의 시신을 붙들고 어린아이들과 함께 목놓아 우는 장면에 우리 모두 흐느꼈다. 장례 행렬을 보면서 나는 이 장면이 한국의 TV에 방영되면 이를 보는 한국인들의 마음이 어떨지,혹시라도 아프간 파병에 동의한 한국정부에 분노해 반미 데모라도 하면 어쩌나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워싱턴행 비행기에 올랐다.

/전 미 연방하원의원 · 한국경제신문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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