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DMC의 초기 성공은 파격적인 인센티브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

세계적인 도시개발 전문가인 게일 패리스 미국 '포레스트 시티'(Forest City) 명예회장은 서울시 주최로 9일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MIT&ULI 컨퍼런스'에 참석,이같이 평가했다. 포레스트 시티는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과 공동으로 1982년부터 미국 케임브리지 지역의 노후 공장 지대를 과학 · 비즈니스 중심도시(University Park at MIT-Science Campus)로 성공적으로 탈바꿈시킨 민간 부동산 개발회사다. 패리스 회장은 이날 '지속적으로 발전 가능한 과학 · 산업단지 개발'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마친 뒤 장영희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함께 도시 개발과 관련된 다양한 이슈를 놓고 대담을 나눴다.

▼장영희 선임연구위원=현재 한국은 세종시 수정안을 놓고 논란이 뜨겁습니다. 현 정부는 행정수도를 이전하는 대신 그 자리에 과학 · 비즈니스 벨트를 조성하겠다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요. MIT와 함께 성공적으로 신도시를 개발한 경험담을 듣고 싶습니다.

▼게일 패리스 회장=당초 이 사업은 MIT 주도로 시작됐습니다. MIT는 1960년대부터 인근 노후한 공장 지대를 조금씩 사들였고,27에이커(약 11만㎡)의 부지를 확보해 1982년부터 민간 시행사인 포레스트 시티와 함께 공동 개발에 나섰습니다. 이때 눈여겨볼 것은 MIT와 포레스트 시티가 무려 100년간의 장기 토지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는 점입니다. 이 같은 장기 계약으로 포레스트 시티는 부지 매입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었고 대부분의 초기 투자금을 IT,통신 등 인프라 구축에 사용할 수 있었죠.

▼장=도시 개발에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는 말씀이네요. 단기 차익만을 노리는 국내 부동산 개발 회사들이 새겨 들어야 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패리스=특히 세종시와 같은 대규모 도시개발 사업은 토지 매입 비용이 크면 그만큼 인프라 투자에 소홀해짐은 물론 추후 임대료 상승의 원인이 됩니다. 임대료가 높아지면 입주 기업들이 대기업으로 한정돼 제대로 된 산업 클러스터를 형성하기 어렵습니다.

▼장=MIT는 어땠습니까.

▼패리스=MIT는 부지를 제공했고 개발 자금은 포레스트 시티가 직접투자와 차입 등을 통해 조달했습니다. 양측이 함께 연구개발 중심도시로서의 비전과 마스터플랜을 제시,투자를 망설이던 기업을 설득했죠.상암DMC도 지자체인 서울시가 '디지털 미디어 시티'라는 비전을 갖고 관련 기업들에 낮은 원가에 토지를 분양하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 게 주효한 것처럼 말입니다.

▼장=MIT가 이 사업을 통해 얻은 건 무엇입니까.

▼패리스=MIT는 자신들의 핵심 자산인 지식 재산권을 산업화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MIT에서 생산되는 첨단 연구개발의 노력이 바로 현장에서 제품이나 서비스로 재탄생하는 것이지요.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그대로 유지한 채 말입니다. 게다가 이들 기업이 내는 임대료 수입도 적지 않습니다. 20년간 사업을 이끌어 오면서 과학단지 내 업종 변화도 이뤄졌습니다.

▼장=세종시도 정부가 최근 서울대 공대 제2캠퍼스 조성을 추진하겠다고 하는 등 참고할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패리스=연구개발 기능과 산업 기능이 서로 조화를 이룰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대기업 유치를 고집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작은 벤처 회사가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야 합니다. 실제 MIT 과학단지에서도 중소 · 벤처기업들의 비중이 더 높습니다.

▼장=서울 도심 재개발은 주로 주상복합 등 주거시설의 공급에 치우쳐 있는데.

▼패리스=도심 재개발을 위해서는 주거,업무,상업이 조화된 커뮤니티를 만들겠다는 아이디어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당초 업무 공간을 무조건 주거지화하는 것은 옳지 못하지만 기존 낡은 주거공간을 새롭게 개발해 직주근접형 재개발을 이뤄낸다면 도시 전체적으로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정리=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