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대화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입장이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대화의 형식과 장소는 북한의 방북 초청에 미국이 응하는 모양새로,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평양을 방문하는 포맷이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시기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12∼19일) 이후로 하되 올해를 넘기지 않는 쪽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즈워스 대표는 5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미재계회의에 참석,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미대화에 대한 미국 정부의 결정이 "곧 이뤄질 것"이라고 말해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전인 이번 주말께 최종 결정이 날 가능성을 시사했다.

특히 자신의 방북 가능성에 무게를 실으면서 시기에 대해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이전에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수주내에 진전이 이뤄지지 않겠느냐. 연내에는 (북한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날 발언은 지난달 말 성 김 6자회담 특사와 북한 외무성 리근 미국국장간의 북미 접촉 이후 공식적인 북미 양자대화에 대해 여러 관측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가 밝힌 가장 구체적인 언급이다.

실제로 북미대화에 대한 국무부 차원의 입장 정리는 마무리됐다는 게 워싱턴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이번 주말께 미 행정부내 유관 부처간의 입장 조율을 매듭짓고 오는 12일 아시아 순방을 위한 출국에 앞서 오바마 대통령의 최종 재가를 받는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아시아 순방국에 한국, 중국, 일본 등 6자회담 참가국들이 포함돼 있는 만큼 본격적인 북미 양자대화 개시에 앞서 미국 정부의 입장을 정상 차원에서 관련국들에 설명, 북핵 해법 공조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양자대화의 목적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하기 위한 것이다", "양자대화는 6자회담의 대체물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강조해왔던 미국 정부로서 북미대화에 앞서 이러한 프로세스를 밟는 것은 `6자회담틀내 북미양자대화'라는 명분을 부각시킬 수 있는 측면도 있다.

또 6자회담 핵심국가들의 조율을 거쳐 북미대화를 개시함으로써 독자적인 북미대화에 쏠리는 `부담'을 덜고, 북미대화가 개시되더라도 이 대화를 오래 끌지 않고 6자회담으로 하루빨리 전환시키겠다는 미국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북미대화 장소도 평양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워싱턴 소식통은 "북한이 보즈워스 대표의 평양방문을 초청했는데, 미국 정부가 굳이 제3의 장소를 제시할 필요가 없는데다 장소를 놓고 다른 논의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보즈워스 대표도 자신의 방북 가능성에 무게를 실으면서 "연내에는 (북한에) 간다"고 말했다.

북미대화 개시 시기, 즉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시점은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일정 등을 고려할 때 빠르면 이달말, 늦어도 내달 중순께는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보즈워스 대표도 북미대화 개시 시기가 올해를 넘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오는 19일 귀국한다.

미국의 추수감사절 연휴가 오는 25일부터 시작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달중 보즈워스 대표가 방북할 경우 오바마 대통령 귀국 직후인 20∼24일이 가능하다.

12월로 넘어갈 경우 성탄절과 연말을 피하는 미국의 관행을 감안할 때 내달 중순까지 방북 예상 시점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미국 정부가 북미대화에 대한 공식 입장을 정하고 나면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시점은 뉴욕 북미 채널을 통해 양측의 실무적 편의를 감안해서 정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북미양자대화를 오래 끌지 않고 싶어하는 미국의 입장, 북미대화를 몇차례 가질 것인지 등에 따라서 북미대화 개시 시점도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연합뉴스) 성기홍 특파원 sg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