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 고령화로 일할 수 있는 인구(생산가능인구)가 2016년을 정점으로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에 따라 60% 언저리인 고용률도 점차 낮아져 2040년이면 54%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덜 낳고 빨리 늙어가는' 인구추세를 감안할 때 앞으로 일할 사람 구하기가 힘들어진다는 얘기다. 국회예산정책처는 1일 펴낸 '고령화와 연령대별 고용률 변화 추이' 보고서에서 이 같은 전망을 제시했다.


◆일할 사람이 줄어든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수 있는 자녀 수)은 2002년 1.1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이후 7년째 저출산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전체 인구는 2018년을 정점으로 우하향곡선을 그릴 전망이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전체인구 감소와 더불어 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급감할 것이란 점이다. 장인성 예산정책처 분석관은 "전체인구는 2018년 이후 매년 0.05%씩 줄겠지만 생산가능인구는 2016년 정점을 찍은 뒤 2017년부터 매년 0.9%씩 줄어들 것"이라고 점쳤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고용률 하락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예산정책처는 2000년대 들어 취업자 수 증가율(평균 1.7%)을 감안할 때 지난해 60%에 육박했던 고용률은 2010년대에는 58%대로 떨어지고 2040년엔 54%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동의 질 하락도 우려

산업현장에 투입되는 노동의 양(量)이 주는 것도 문제지만 질(質)이 떨어지는 정도는 더 심각하다. 예산정책처가 주요 선진 9개국(미국,일본,캐나다,영국,독일,프랑스,스웨덴,이탈리아,네덜란드)의 연령대별 고용률(2007년 기준)을 비교한 결과 한국의 경우 20대 초반 고용률은 37.7%,20대 후반 고용률은 68%로 선진국에 비해 낮았다.

30~50대 고용률도 1980년 이후 70%대에 머무르면서 선진국에 비해 낮았다. 반면 55세 이상 고용률은 선진국을 웃돌았다. 이는 지난 20년간 연령대별 고용률 추이에서도 나타난다. 10대와 20대의 고용률은 갈수록 하락하는 반면 60세 이상은 1990년 35.5%에서 2000년 37.7%로 높아진 뒤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산업현장에 젊은층보다 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고령인구가 많다는 의미다.

성별로 보면 여성노동력의 활용도가 미흡했다. 한국의 경우 60세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선진국에 비해 여성 고용률이 낮았다.


청년층 · 여성 고용률 높이는 게 해법

장인성 분석관은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고령층 증가는 필연적으로 성장잠재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먼저 20대 청년층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 ·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를 좁혀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졸 이상 고학력자가 많은 상황에선 기왕이면 임금을 더 많이 주는 대기업에 취업하려는 이들이 늘 수밖에 없고,이는 취업준비생을 양산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시험 위주의 인재채용 방식을 바꿔 청년 인턴 등 다양한 노동시장 진입루트를 마련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아울러 여성 고용을 확대하기 위해 '파트타임 잡' 등 다양한 일자리를 만들고 육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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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률=15세 이상 인구에서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는 이보다 범위를 좁혀 15~64세의 '생산가능인구'(군인,재소자 등은 제외) 가운데 취업자 비율을 고용률로 본다. 고용률은 15세 이상 경제활동인구(일자리를 갖고 있거나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는 사람)에서 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하는 '실업률'과 함께 대표적 고용지표로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