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남북대화서 핵논의' 동의할지가 변수

북한 외무성 리근 미국국장이 미국을 방문, 북미대화를 위한 사전 조율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고위급 남북대화의 향배에도 관심이 쏠린다.

특히 북한이 지속적으로 대남 유화 공세를 펴는 가하면 북한의 대남 총책인 김양건 통일전선부장과 원동연 아태평화위 실장이 최근 베이징을 방문한 것이 확인되면서 정상회담을 위한 남북 물밑접촉설까지 터져 나오면서 최소한 고위측 접촉 분위기가 무르익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정부 당국자들과 전문가들은 30일 남과 북이 고위급 회담을 통해 `새 판짜기'를 해야할 때는 됐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로서도 지난 8월 북한이 대화공세를 시작하기 전까지 1년6개월간 남북관계 `조정기'를 보낸 만큼 이제는 고위급 대화를 통해 북핵문제와 남북간 각종 교류.협력을 연계한 `MB식 남북관계'의 밑그림을 만들어야 할 때라는 지적을 외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또 적십자회담(8.26~28)과 그에 따른 추석 이산가족 상봉행사(9.26~10.1), `임진강 사고' 해결을 위한 수해방지 실무회담(10.14), 남북간 인도주의 현안 전반을 논의한 남북적십자 실무접촉(10.16) 등으로 양측은 이미 `탐색전'은 치른 상태다.

여기에 더해 지난 29일 북한 노동신문이 "북남관계 개선은 미룰 수 없는 절박한 민족적 과제"라고 지적하고,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가 같은 날 "조선반도의 대결구도를 전환시키는 통이 큰 결단을 고려하고 있을 수 있다"고 언급한데서 보듯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계속 강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이 정상회담과 관련해 물밑접촉을 했다는 설이 나왔고 정부 당국자들은 이 사실을 적어도 부인은 하지 않고 있다.

실체는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이번 물밑접촉의 성격은 한반도 정세를 제재 국면에서 대화와 협상 국면으로 전환시키려는 북한의 선 제안으로 우리 정부가 북측의 진의를 확인하는 한편 타협점 도출 가능성을 1차 타진해 본 정도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핵문제 해결을 남북관계 진전의 전제로 삼는 남측과 핵협상은 남북 대화의 의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남북 교류.협력을 추구하고 있는 북측 간의 거리가 얼마나 좁혀졌는지는 불투명한 상태로 남아있다.

다만 홍양호 통일부 차관이 지난 27일 "핵문제에 대한 북한의 근본적 태도변화가 없으며 (북한은) 우리와는 핵문제 협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고 언급한데서 보듯 남북대화에서 핵문제를 의제화해야 한다는 점에 북한이 쉽사리 동의하지 않음으로써 정상회담 관련 논의가 순탄치 않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런 까닭에 정상회담을 포함한 남북간 고위급 대화는 11월 한미정상회담(18~19일)을 통한 양국간 대북정책 조율, 스티븐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방북을 통한 북.미 양자대화를 거쳐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한 확실한 진전을 보인 뒤에야 성사될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북미대화 결과를 보고 6자회담 복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터에 북미대화가 있기도 전에 남북간 고위급 대화를 열 경우 자칫하면 북핵 폐기를 위한 압박의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고민이 정부 일각에서 존재한다.

다만 하나 걸리는 것은 북한이 북미대화를 통해 비핵화와 북.미 수교, 정전체제 종식 등을 위한 본격적인 협상틀을 마련한 뒤로도 변함없이 대남 유화공세를 계속할 것인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즉 우리 정부의 인식대로 현재 북한이 보이고 있는 대남 유화공세가 북미협상의 환경 조성을 위한 `전술적 변화'에 불과하다면 북미협상이 본궤도에 올라설 경우 북한이 더 이상 남북관계 개선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점이 정부로서는 고려요소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맥락에서 지난 10일 한.중.일 정상회담때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김정일 위원장의 남북관계 개선의지를 이 대통령에 전하면서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상기해 봐야할 대목이라는 지적이 없지 않다.

역으로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대북 정책과 관련한 한.미간 철저한 공조가 이뤄진다는 전제 아래 북한이 남북대화에서 북핵 논의를 하는데 의외로 적극성을 보일 경우 본격적인 북미대화에 선행해 남북간 고위급 회담이 전격 성사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일각에서는 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