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 28 재보궐선거 결과는 민주당 완승,한나라당 선방 정도로 요약된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롱런체제의 발판을 마련했고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일단 책임론은 면할 정도의 성적표라는 의미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일단 이번 재보선에서 완패를 면함으로써 '재보선=여당 필패'라는 고리를 끊었다. 정 대표는 선거 개표가 끝난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들 선전하셨다. 국민들께서 한나라당에 격려와 채찍을 동시에 줬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더 겸손하게 국민의 뜻을 받들어서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했다.

흡족한 성적표는 아니지만 나름 선전했다는 자평인 셈이다. 당내에선 '승계 대표'의 꼬리표를 떼고 조기 전당대회 요구를 불식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렇지만 사실상 체면치레로 끝남에 따라 당내 입지를 강화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당장 '민본 21'과 친이명박계 소장파 등 당내 소장개혁세력들은 29일 '지도부 쇄신론'을 제기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책임론이 당장 지도부 교체론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보는 의견은 많지 않다. 대안 부재론이 이유다. 친박근혜계 진영에선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3년이나 남은 상황에서 당 운영의 전면에 나서기엔 이르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친이계 실세인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도 이른 시일 내 당 복귀가 여의치 않다. 따라서 현재로선 현 지도체제가 지속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우세할 것으로 점쳐진다.

선거 승리로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순풍을 맞게 됐다. 정 대표는 지난해 7월 대표 취임 이후 지지율 정체 때마다 끊임없이 비주류 측의 공격을 받아왔으나 이번 승리로 당내 반발기류를 잠재울 수 있게 된 것이다. 돌발변수가 없는 한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 순항하면서 공천권 행사 등을 통해 당내 입지를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정 대표에게도 이번 승리는 정치 인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이라는 평가다. 당초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번 선거에서 수도권 2곳 중 한 곳을 잃더라도 책임론을 내세워 조기 전당대회를 요구하겠다는 움직임이 감지됐다. 하지만 비주류 측도 4 · 29 재보선에 이어 중부권 싹쓸이라는 결과를 일궈낸 정 대표를 공격할 명분을 찾기 어렵게 됐다. 위기 때마다 지역구 불출마,의원직 사퇴 등 배수의 진으로 헤쳐온 정 대표의 행보에도 보다 자신감이 붙게 됐다. 당장 세종시,4대강 등 현안에 대한 목소리 강도를 높이는 한편 당내에서도 '광폭'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자신감이 정동영 의원의 복당 등과 같은 현안을 푸는 데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형호/이준혁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