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시간 수면..입술 트고 목 쉰채 강행군

10.28 재보선의 최대 관심사는 수원장안의 민주당 이찬열 후보의 지원군을 자처하고 나선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행보였다.

당초 민주당의 '쌍끌이 전략'의 한 축으로 거론됐던 그는 홀연히 불출마를 선언하고 정치적 동지이자 제자인 이 후보의 공동선대위원장으로서 28박29일간 수원장안 재선거에 올인했다.

지난달 28일 수원 천천동 한 아파트에 월세방을 마련한 그는 이틀 뒤 30일 민주당 후보공천이 결정된 직후 서울 종로 지역구 당직자 회의를 주재한 다음 곧바로 수원으로 내려 와 선거지원에 나섰다.

세간살이라고는 침구와 옷가지, 세면도구 밖에 없는 월세 아파트에서 그는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5시에 장안구내 교회를 찾아 다니며 새벽기도로 하루 일정을 시작했다.

자정을 넘긴 시간에 숙소로 돌아와 3시간 정도 눈을 붙이는 강행군 속에서도 그는 새벽기도에 늦거나 빠진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한다.

하루는 컴컴한 새벽에 찾아간 교회가 마침 새벽기도 일정이 없자 어둠 속에 교회 십자가 불빛을 보고 인근 교회를 찾아갈 정도였다.

선거운동기간 수원장안 후보들의 일정은 오전 6~7시 무렵 전철 성대역 주변 횡단보도나 체육공원에서 시작됐다.

인지도가 있는 손 전 대표지만 출근길을 재촉하는 유권자 한 명에게라도 더 눈도장을 찍으려고 무릎높이의 인사대까지 제작했다.

자정 무렵 선거운동분부 사무실에 들러 선거상황을 보고받고 대책을 논의할 때까지 거의 매일 대부분 시간을 거리에서 보냈고 식사는 선거운동차 들른 순대국집이나 만두집에서 간이식으로 때웠다.

저녁 9시가 넘어 찾아갈 곳이 마땅치 않으면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가 있는 율천동 상가를 찾아 대학생들과 밤늦게까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손 전 대표는 선기운동기간내내 민주당 상징색 녹색 재킷 한 벌만 입고 다녔다.

시장이나 거리에서 만난 주민들은 경기도지사를 지낸 그에게 '지사님'이라고 불렀다.

이 후보 선거운동본부 김주한 대변인은 "그냥 악수만 하고 지나가지 않고 '생활이 어떠냐', '불편한 것이 없나'며 옛날 지사시절 때처럼 많은 얘기를 들으려 했다"고 전했다.

이런 강행군 탓에 투표 일주일 전 입술이 터지고 목이 쉬어 말을 제대로 못할 정도였지만 투표가 사나흘 앞으로 임박해지자 유세차에 올라 골목을 누비며 "야당을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같은 동네, 같은 골목을 거의 한달간 수차 오가다 보니 유세 중 동네이름이 헷갈려 "여기가 파장동입니까, 정자동입니까' 주민들에게 물은 적도 있다고 한다.

선거초반부터 불거진 '대리전' 비판에 대해 비교적 초연하게 대처했다.

선거캠프 관계자는 "이찬열 후보는 아직 젊고 가야할 길이 많다"며 "네거티브 선거를 절대 하지 말라고 당부했지만 선거캠프에서 어쩔 수 없이 상대후보 비난논평을 낼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손 전 대표는 이 후보의 낮은 인지도를 고려해 "열심히 일할 사람이다.

중소기업을 운영했고 지역에서 봉사활동도 많이 했다" 후보의 강점을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평소 애주가로 소문난 그는 투표 일주일 전 선거캠프에 "술 취한 사람 얘기를 진정성있게 들을 유권자는 없다.

소주 석 잔 이상 마신 사람은 선거사무실로 들어오지 말라"며 사실상 금주령을 내리며 선거운동을 독려했다.

손 전 대표 수행한 배상만 비서는 "짧은 이동거리로 쪽잠을 잘 여유마저 없어 잠이 부족한 게 가장 안타까웠다"며 "그래도 제가 두 번이나 지각한 새벽기도 시간을 한 번도 늦지 않을 정도로 강철 체력을 가진 분"이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면 수원장안은 그에게 화려한 정계 복귀무대가 될테고, 패배하면 정치활동 재개시기를 늦추는 정치무덤으로 기억될 것이다.

(수원연합뉴스) 김경태 기자 kt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