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업무에 충실"...현실정치와 선긋기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 오는 30일로 취임 한 달을 맞는다.

여전히 `정권 2인자', `여권 실세'라고 불리지만 여의도 대신 정부라는 `우회로'를 통해 일선에 복귀한 만큼 현실 정치와는 거리를 둔 채 본연의 공직 업무에 충실하고 있다.

취임 일성으로 "부패를 척결하고 고충을 해결하는 것이 `중도실용'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던 이 위원장은 27일 현재까지 `1일 1현장' 원칙 하에 하루도 빠짐없이 현장을 방문해 왔다.

권익위가 운영하는 `이동신문고'의 일환으로 지난 21-23일 경상도로 지역 순회상담을 다녀온 것을 비롯, 그간 무려 70여곳의 민원 현장을 찾았다.

쉴새없는 이런 행보 때문에 야당에서 `총리급 행보', `정치 행보'라고 비판하지만 이 위원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연일 점퍼에 운동화 차림으로 현장을 누비고 있다.

"그런 오해는 아직도 나를 `정치인 이재오'로 보기 때문"이라는 게 이 위원장의 설명이다.

이 위원장의 현장 방문은 "부패와 고충은 현장에 있지 문서에 나타나는 게 아니다"는 소신에 따른 것이다.

실제 지난 22일 경북 청도 방문시 골프장 건설로 주민 갈등이 깊자 찬반 주민 대표 2명씩을 포함한 조정기구 설치를 즉석에서 제안, 대화의 물꼬를 트는 등 `고충 해결사'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 위원장은 `반부패.청렴'을 기치로 공직사회 기강잡기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자전거 출근과 지하철 퇴근을 반복하는 그는 간부회의 시간을 종전보다 1시간 앞당겼고, 지난 13일에는 500여명의 공공기관 감사들을 모아 반부패.청렴을 역설하며 `군기'를 잡았다.

아울러 이 위원장은 직원들에게 `5천원 이내 점심'을 권장, 공무원 사회 안팎에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이 위원장은 취임 한 달도 못돼 향후 정치행보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돼 그의 선택이 주목된다.

작년 4월 총선 당시 서울 은평을에서 맞붙었던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가 지난 22일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내년 7월 재보선이 치러지게 된 것.
이 위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취임 한 달도 안 되는데다 할 일도 많아 지금은 다른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며 현실정치와 선을 그었지만 여의도 정가에선 그의 출마를 점치는 시각이 우세하다.

순수한 공직 행보일지라도 정치 행보로 오해받을 공산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한 측근은 "모든 게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데 대해 이 위원장이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다"면서 "그러나 이런 데 굴하지 않고 권익위원장으로서 소신을 갖고 일해 나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서울지방보훈청과 서울보훈병원을 찾아 보훈 유관단체장을 만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입원 환자를 위문한다.

또 취임 한 달인 오는 30일 중앙 부처와 각급 행정기관 감사관들을 대상으로 `청렴국가 건설을 위한 공직자의 자세 및 청렴정책 방향'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한다.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hanajj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