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정감사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채 23일 마무리됐다. 여야는 모두 '정책 국감'이었다며 자축했지만 의원들의 정책자료는 내용이 부실했고 여야의 정쟁도 여전했다. 민주당 등 야당은 계획했던 4대강 사업 및 감세문제,세종시 논란 등을 효과적으로 부각시키지 못했다. 피감기관들의 부실한 자료제출 역시 올해도 반복됐고 피감기관장들은 의원들의 지적에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되레 큰소리를 치는 등 불성실한 자세로 임했다.

특히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는 12일 중 6일을 파행으로 보내버렸다. 교과위 소속 야당 의원들이 정운찬 총리의 서울대 교수 · 총장 재직시절 고문 겸직 등의 의혹을 제기하며 증인채택을 주장,여당과 의견조율을 하지 못했다. 보건복지가족위는 정부의 자료제출 지연으로 국감이 연기됐고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는 김제동씨 하차 관련 외압 의혹 등의 문제로 대부분 시간을 의사진행발언으로 채웠다.

그런 여야가 "국감에서 제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전체적으로 정책국감이었고 한나라당이 야당보다 더 매섭게 정부를 추궁했다"며 "다만 야당이 정운찬 총리의 흠집내기에 나선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번 국감에서 4대강 사업과 세종시,효성게이트 등 큰 쟁점에 대해 민주당이 제역할을 했다"며 "다만 한나라당이 '방탄국감'으로 일관했고 피감기관들이 오만불손한 태도를 보인 것은 유감"이라고 맞섰다.

국감 대상 기관장들의 자세도 지적됐다. 대부분 "잘 모르겠다" "검토한 뒤 보고하겠다" 등의 답변을 되풀이했다. 임인배 전기안전공사 사장은 지난 20일 국감에서 "자세한 것은 모른다. 담당자가 답변하면 될 것 아니냐"고 큰소리쳤다.

일각에서는 20일 만에 478개의 정부기관을 다뤄야 하는 국정감사가 물리적으로 한계를 갖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국감은 행정부를 감시하는 의회의 기본활동 중 하나"라며 "의원들이나 행정부가 국감을 거쳐가는 시험으로 생각하고 지나가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태도는 잘못됐다"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