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말 비공식 실무접촉 결과가 좌우할듯

북.미 대화에 '속도조절'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무엇보다 미 행정부 내부에 북한이 6자회담 복귀에 대해 보다 분명한 태도를 보여야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게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일단 만나서 북한의 의중을 탐색해보자는 지난달 초.중반의 스탠스와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한 핵심 소식통은 20일 "미국이 대화를 서두르려는 분위기가 아닌 것 같다"며 "대화의 시기가 예상보다도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기류는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의 연이은 발언에서도 확인된다.

캠벨 차관보는 지난 14일 중국 베이징에서 기자들에게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고 핵폐기 약속을 지킬 때까지 북.미간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데 이어 19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외교협회(CFR) 포럼에서는 "북한과의 양자대화는 6자회담의 신속한 재개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약속이 사실상 대화의 전제조건이라는 메시지를 연이어 발신한 셈이다.

미국의 이런 기류는 일단 이번 북.미 대화에서 확실한 '성과물'을 이끌어내겠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소식통은 "단순히 만남의 의미로 그치거나 북한의 전술에만 이용당하는 자리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게 미국 정책당국자들의 생각인 것 같다"고 전했다.

특히 협상파보다 강경파의 목소리가 강한 워싱턴 조야의 분위기를 감안할 때 미 행정부로서는 북한의 명료한 태도변화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뜻 대화에 응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북한이 최근 유엔 총회 등을 계기로 사실상 핵 군축회담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섬으로써 협상의 판을 더 크게 벌이려 하고 있는 점도 감안됐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결국 미국의 이런 '속도조절' 입장은 북미대화를 앞두고 북한을 압박하면서 협상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포석이란 의미가 있어 보인다.

북한의 현란한 강.온 양면전술에 떼밀려 '수세적'으로 대화에 응하기보다는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북한의 조바심을 유도하는 것이 판을 끌어가는데 유리하다는 전략적 계산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르면 이달말 열릴 것으로 점쳐졌던 북.미대화는 다음 달 12일부터 19일까지로 예정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순방 이전에 성사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으나 현재 미국의 태도로 볼 때는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게 소식통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미국의 이 같은 기류는 북한 리근 외무성 미국국장의 미국 방문을 계기로 금주말이나 내주께 성사될 북.미 비공식 실무접촉 내용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게 북핵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북한이 6자회담 복귀에 대해 일정한 '신호'를 줄 경우 미국이 이를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북.미 대화의 시기를 앞당길 것이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26∼27일 동북아시아 협력대화(NEACD) 참석차 이르면 금주말께 미국을 찾는 리근 국장 일행과 미국 국무부의 성 김 북핵담당 특사의 회동 여부가 북.미대화 시기 결정과 맞물려 외교가의 초미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r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