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대화 시작..美, 北단거리 미사일에 입장유보

북핵 국면에 대화기류가 완연해지고 있다.

북한과 미국은 서로를 향해 겨누던 대립의 날을 누그러뜨리고 있고 남북은 본격적인 대화의 장으로 나서는 분위기다.

지난 12일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와 그에 따른 미국과 한국의 대응은 이 같은 기류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행위가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된다고 해석하면서도 공식적 대응은 피하고 있고 미국 역시 이를 추가 제재로 연결하려는 움직임을 자제하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미국 국무부 당국자는 14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 미사일 발사가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어떻게 판단할지 검토중"이라면서 "유엔 결의 위반 여부는 미사일 사거리 등 특징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판단할 문제"라며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이는 유엔 안보리의 기류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안보리 소식통은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안보리의 논의 착수 전망에 대해 "현재로선 불분명하다"면서 "그러나 단거리 미사일이라는 점과 현재 진행 중인 대화 국면 등을 감안할 때 논의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동안 제재의 고삐를 조여오던 미국의 이 같은 유보적 스탠스는 결국 현 북핵국면이 큰 틀에서 대화쪽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게 소식통들의 분석이다.

대화와 제재라는 '투트랙' 기조는 유지하면서도 '제재'에 가있던 무게중심을 '대화'로 옮겨가려는 미국의 대응기조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소식통은 "대화의 모멘텀을 살려가면서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내려는데 미국의 우선적 노력이 집중돼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남북이 이날 임진강 수해방지 방안을 내걸고 실무회담을 개최한 것도 이 같은 대화기류를 보여주는 방증이다.

이번 실무단위의 접촉은 결국 고위급 대화로 이어지며 본격적인 대화국면을 조성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북.미대화를 향한 우호적 분위기를 형성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대화기류의 이면에는 중국의 힘이 작용하고 있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중국 원자바오 총리의 방북 이후 북한이 남한을 향해 대화의 손짓을 본격화하기 시작했고 미국도 중국의 중재와 북한의 태도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대화의 모멘텀을 살리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대화기류가 자칫 유엔 안보리 결의에 근거한 국제사회의 제재전선을 완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이 안보리 결의에 어긋나는 행위를 시도하는데도 아무런 대응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대화국면으로 이어질 경우 이는 현실적으로 제재의 동력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러시아를 방문중인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13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회담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현 시점에서 대북 제재를 완화하거나 완화를 제의할 의향이 전혀 없다"고 말한 것도 결국 이 같은 제재전선의 약화를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대화가 시작되면 제재가 풀렸던 과거와는 달리 이번에는 제재를 계속함으로써 과거의 잘못된 협상패턴을 바로잡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완연한 대화기류 속에서 북.미대화에 대한 미국의 결정이 임박해졌다는 관측이 높아지고 있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도쿄(11일)와 베이징(12일)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것으로 알려져 북.미대화의 시기와 방식에 대한 미 행정부의 최종 검토와 발표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달 26∼27일 미국 서부에서 열리는 '동북아시아협력대화(NEACD)'에 참석하려는 북한의 리 근 외무성 미국국장에 대한 미 국무부의 비자승인 여부, 그리고 미 측 비공식 카운터파트가 누가 될 것이냐가 북.미대화의 향방을 가늠해보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r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