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진의 MBC 편성권 개입도 논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의 12일 KBS와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전문 MC 김제동 씨의 프로그램 중도 하차 문제를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진보 성향의 김씨가 KBS 가을개편에서 지난 4년간 진행했던 `스타골든벨'의 진행을 맡지 않게 된 게 정권 외압이 개입된 `코드 인사'라고 주장했다.

최근 김씨가 노무현 전 대통령 노제에서 사회를 맡은 데다 용산 철거민 참사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한 게 정권의 신경을 거슬렀다는 것.
이에 대해 KBS 측은 프로그램에 변화를 주려는 것일 뿐 정치적 고려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민주당 서갑원 의원은 "김제동 사건은 단순히 프로그램 진행자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정권의 입맛에 맞는 사람만 방송을 진행하게 하고 정권의 눈에 거슬리는 사람들은 퇴출시키는 언론탄압을 하는 것인지 의심이 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전병헌 의원은 "MBC의 경우는 손석희 교수가 100분 토론 사회자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사실이냐"고 물었다.

여당인 한나라당 홍사덕 의원도 "김씨의 하차가 외압 때문이라면 이 일을 저지른 소아병적인 원리주의자들은 보수진영에 큰 손해를 끼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은 "지난해 37명의 MC가 교체됐고, 강병규 지석진 탁재훈씨 등의 평균 사회기간은 4∼5년이었다"면서 "연예인의 교체에 대해서 정치권이 왈가왈부하면 또다른 방송장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방송인 출신인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도 "MC 교체는 하루 전날 밤 국장이 전화를 하고 만나서는 미안한 모습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며 "나도 그런 경험이 있었으며 결코 정치적 목적은 아닌 것 같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KBS 이병순 사장은 "정치적인 배경이나 속성 때문에 하차한 일은 없다"면서 "한 4∼5년이 되면 비교적 장수한 MC라는 평가를 할 수 있다"고 답했다.

또 MBC의 대주주인 방문진에 대해서는 최근 이사진의 교체 후 방문진의 MBC 경영 및 편성에 대한 개입의 적정성을 놓고 여야간 양보 없는 설전이 오갔다.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은 "방문진이 쇠고기 사건 때 PD수첩에 책임을 물었어야 했는데 오히려 할 일을 소홀히 했다"고 주장한 반면, 민주당 전병헌 의원은 최근 방문진 이사회에서 일부 시사프로그램 통폐합이 논의됐던 점을 언급하며 "보도지침을 내리는 행위로서 방송법에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방문진 김우룡 이사장은 "편성과 경영이 분리돼야 한다는 취지에서 충분히 MBC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면서 "편성이나 개별 프로에 개입하는 일은 없으며, 다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 경위를 보고받을 수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손석희 교수의 하차에 대해서는 "엄기영 사장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언급을 삼갔다.

문방위는 이날 오후 늦게 KBS와 EBS, 방문진에 대한 국정감사를 마친 뒤 MBC로부터 비공개 업무현황 보고를 받기로했다.

한편 이날 국감에서는 KBS 이병순 사장이 국감장으로 입장할 때 KBS에서 해고된 비정규직 사원들이 이 사장을 가로막고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aayy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