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사망한 사람을 장례식장 이용을 위해 병원으로 옮기려면 반드시 장의차 대신 구급차로 이동해야 하는가. '(국토해양부)

'지방의회 의원의 국외 공무출장을 위해 여행업자와 계약을 맺으면 소비자기본법에 따른 소비자로 볼 수 있나. '(경북도)

올해 정부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들이 법제처에 법령 유권해석을 요청한 사례 중 일부다. 법령을 다루는 공무원들조차 '법이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새로 제정되고 수시로 개정되는 법령을 해석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8일 법제처에 따르면 정부 부처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법령 해석을 요청한 건수(반려 포함)는 2006년 395건에서 2007년 403건,2008년 448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올해도 지난달까지 321건이 접수돼 전체적으로 지난해 수치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법령 해석 요청이 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법령 증가와 잦은 개정 등으로 법 체계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법률,대통령령,총리령,부령 등 법령은 2004년 총 3871건에서 5년 동안 12%가량 늘어 올해는 지난 7월 기준 4343건에 이르고 있다. 올해 공포된 개정 법령은 1500여개에 달한다.

이에 따라 새로 제정되거나 개정된 법령을 적용할지,이전 법령을 적용할지 혼란이 생기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다. 산림청은 지난 1월 임업진흥권역 내 골프장 설치허가 과정 중에 '임업 및 산촌 진흥촉진법'이 개정되자 권역 지정 해제를 위해 어떤 시점의 법률을 적용할지에 대해 법제처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환경부는 3월 폐기물처리시설촉진법 제정 이전에 설치된 폐기물처리시설이 법 제정 후에 주민지원 시설이 될 수 있는지를 질의했다.

법 조항이 모호해 해석이 어려운 사례도 눈에 띈다. 국토해양부가 올 4월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에서 민간투자사업 시행자가 주무 관청에 위탁할 수 있는 토지매수업무 등의 범위에 토지 등의 수용재결 신청도 포함되는지를 묻자 법제처는 답변에서 "민간투자법이 토지매수업무 등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복 · 유사 법령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상필 한양대 광고홍보학부 교수는 "신문광고 규제와 직 · 간접적으로 관련된 법규만 400여개"라며 "표시 · 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등에서부터 화장품법,변호사법 까지 거의 모든 부처의 개별 법률에 산재해 있고 규제 기준도 달라 전문가들도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법제처는 지나치게 잦은 법 개정과 중복 · 유사 및 모호한 법령의 입법을 막기 위해 매년 중앙과 지방의 법제업무 담당 공무원을 대상으로 3일간 법제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대한상공회의소 규제점검팀 관계자는 "공무원들도 법이 어려운데 기업들은 오죽하겠느냐"며 "법제처에서 법을 간소화하는 데 보다 힘써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